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택시기사를 치어 의식불명에 빠지게 한 김해공항 BMW 질주사고의 운전자는 사고 직전 제한속도의 3배가 넘는 시속 131㎞로 과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번 사고를 저지른 34세 BMW 운전자는 에어부산 안전보안부서 직원으로 공항 내 도로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직원이었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사건인가. 사고를 낸 에어부산 직원은 공항 내부 전체도로가 시속 40㎞ 이하의 속도제한 도로였다는 것을 정말 몰랐을까.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는 왜 정신 못 차리고 카레이싱 같은 속도를 낸 것일까. 그것도 항공사 보안과 안전을 다룬다는 직원이 고속도로에서나 낼 수 있는 130㎞ 이상의 속도를 내 결국 안타깝게 한 가정의 가장이 목숨을 잃을 위기에 놓여 있다.

일각에서는 에어부산 운전자에게 살인죄(살인미수)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법조인들은 운전자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려면 운전자의 고의 혹은 미필적 고의가 인정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운전자는 한국공항공사가 진입 속도를 늦추기 위해 설치해둔 차선 안전봉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항 내 도로사정을 알고 있었음에도 평균 시속 107㎞로 달렸고, 최대 시속 131㎞까지 달렸다. 고의가 아니었다면 안전불감증이 가장 의심되는 이유다. 피해자는 사고가 난 이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운전자의 안전불감증으로 벌어진 이번 사고로 그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한들 피해자의 억울함과 안타까운 인생은 누구에게 보상받으라는 것인가.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자주 한국인들의 심각한 안전불감증과 남을 생각하지 않는 이기주의 모습에 실망한다고 입을 모았다. 호주인 데이빗(33)씨는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내 도로 운행 속도를 시속 10∼15㎞로 알고 있지만, 운전자의 대부분이 이 속도를 지키지 않고 더 빠른 속도로 운전한다며, 오전 출근길 단지 내 횡단보도에서 사고를 당할 뻔한 일을 떠올렸다. 운전을 하는 미국인 스탠(38)씨는 평상 시 도로에서 차들이 화가 난 듯 빠르게 달려 위협을 느낄 때가 많다며, 뭐가 그리 급한지 이해가 안 갈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괌에서 뜨거운 날씨에 자녀들을 차에 방치한 채 쇼핑을 갔던 판사 부부 사건은 안전불감증의 대표적인 사례다. 26도에서 30도를 오르내리는 괌의 대형마트 쇼핑몰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6세 아들과 1세 딸만을 내버려둔 채 쇼핑하다 차량 안의 아이들을 발견한 주민의 신고를 받은 경찰에 체포된 판사 부부. 이들은 아동학대(child abuse)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해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건 역시 고객들의 안전은 무시한 채 불에 타기 쉬운 값싼 스티로폼과 가연성 외장재를 사용한 안전불감증이 키워낸 혹독한 참사였다. 소방차를 가로막는 불법 주차, 막혀 있는 비상구는 제천 화재 참사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우리는 이처럼 잘못된 안전불감증을 없애고 바로잡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조기교육이 실행돼야 한다. 결국, 교통질서를 지키고 남을 배려하고 개인보다는 자발적 협동을 통해 공동체를 의식하고 올바른 도덕적 문화를 공유해야 한다. 차선을 변경할 때는 방향등을 켜야 하고, 공공장소에서는 스킨십을 자제해야 하고 지하철을 탈 때는 승객이 다 내리고 난 뒤 탑승해야 하며, 지하철 안에서는 다른 승객들을 배려해 다리를 꼬고 앉지 말아야 한다. 소방차를 가로막는 불법주차를 하지 말아야 하며, 오래된 건물들은 일제히 안전점검을 통해 문제점을 발견해야 한다.

김해공항 BMW 질주사고는 아직도 우리의 도덕적 사고와 의식수준이 형편없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와 안전불감증이 초래한 비극적 결과물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말만 하지 말고 더욱더 엄격한 규제와 더불어 초등학교 때부터 안전교육과 도덕적 규범을 지도하고 홍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러한 사고들은 줄어들지 않고 계속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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