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 친구가 공정한 심사를 받아 난민으로 인정되게 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올라와 있다.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16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 친구가 공정한 심사를 받아 난민으로 인정되게 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올라와 있다.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16

“대법원서 심리조차 열지 못하고 기각 당해”

“문제는 법이 아니라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

“기독교개종자들, 이란가면 소리없이 사라져”

“목숨까지 걸린 사안, 반 아이들 모두 분개”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최근 제주도 예멘 난민 수용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자신의 친구를 난민으로 인정되게 해달라는 한 여중생의 청와대 청원이 올라와 관심을 모은다.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제 친구가 공정한 심사를 받아 난민으로 인정되게 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올라와 있다. 자신을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같은 반인 이란인 친구의 사연을 청원글에 담아 올렸다.

여학생은 글에서 “친구는 신분증도 빼앗기고 출국 날짜만 기다리고 있다. 글을 쓰는 지금도 친구가 떠나는 날을 생각하면 눈물이 쏟아지고 가슴이 떨린다”면서 “부디 친구가 난민이 돼 이란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도와달라. 친구의 안전을 지켜달라. 간절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청원글에 따르면 여학생의 친구 A는 7살에 한국으로 건너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니고 있는 이란 국적의 학생이다. A는 초등학교 2학년 때 기독교로 개종했고 현재도 성당을 다니고 있는데 이 때문에 이란으로 돌아가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이다.

이란은 무슬림 율법인 샤리아법이 지배하는 사회로 배교는 사형에 처하는 중형으로 다스려진다. 실제로 A처럼 우리나라에서 기독교로 개종했다가 이란으로 귀국한 사람 중에서 이란경찰당국의 구타에 의해 사망했다는 기사가 올해 5월에 실리기도 했다고 여학생은 적었다.

우리나라 난민법에는 ‘종교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가 존재하면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A의 난민신청은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기각됐다.

이에 소송이 진행됐고 A는 1심에서 이겼지만 2심에서는 졌다. 3심인 대법원 판결을 기대했으나 ‘심리불속행기각’으로 심리조차 열리지 못하고 기각됐다. 여학생은 “친구의 희망이 산산조각 났다. ‘대체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저희반 아이들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난민문제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며 “마침내 이유를 알아냈다. 문제는 법이 아니라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에게 있다는 걸 (알았다)”고 밝혔다.

이어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난민인정률은 1%대다. 재판에서 난민이 이기는 비율은 그보다 적은 0.5%대”라며 6년 만에 난민으로 인정된 욤비 토냐씨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토냐씨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정보국에서 일하다가 야당에게 정부 비판 자료를 넘겨준 이유로 체포돼 갇혔다가 탈출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그는 체포됐을 때 조사받았던 자료와 자신의 탈출을 다룬 콩고 신문기사를 구해 자료로 제출했다. 그러나 자료가 조작됐을 수 있다는 이유로 난민인정을 거부당했다.

이에 대해 여학생은 “엄격하다 못해 지독한 이야기”라며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제 친구의 기독교 개종의 진정성을 의심했다. 심사 인터뷰 내내 한국에 온 이유와 이슬람교를 버릴 때 위험성에 대해 질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슬람교의 교리에 대해 질문해 놓고 기독교의 교리에 대해 모른다고 주장했다”며 “아직 나이가 어려 종교적 가치관을 가질 나이가 아니라고 마음대로 불인정 사유서에 적어 넣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판사님들은 출입국관리소가 제출한 영국내무부의 자료의 논리, ‘기독교 같은 소수 종교도 이란 내에서 차별은 받지만 주목할 포교활동을 하지 않는 한 박해받지 않는다’는 주장만 받아들였다”고 비판했다.

여학생은 이를 두고 “미국국무부의 자료, UN의 자료, 같은 영국의회의 자료에서 모두 기독교로의 개종을 배교로 보고 심각한 위협을 가한다고 주장하는데 오직 한 가지 자료만의 주장이 채택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상황에 대해 여학생은 “제 친구는 1심판결에서 이긴 후 여러 언론에 기사가 나갔다. 그만큼 위험도가 높아진 것”이라며 “그런데 재판에는 이런 상황 변화도 반영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사건이 밀려 많은 사건을 심리조차 열지 않고 그냥 기각시켜 버린다더군요. 사회적 쟁점이 되는 큰 사건을 제외하고는요. 그런데 제 친구의 사건이 작은 사건입니까? 1심과 2심이 다르고 목숨까지 걸려있는데요?”

여학생은 글에서 같은 반 아이들이 이 일과 관련해 모두 분개했다고 밝혔다. 여학생은 “너무 억울했다. 이란으로 가면 어디로 가는지 모르게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는 기독교 개종자들. 풀이 죽어 있는 친구를 보며 너무 가슴이 아팠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우리의 처지가 너무 암울했다”고 적었다.

이어 “그런데 한 줄기 빛이 찾아들었다. (선생님이) 마지막 방법으로 난민지위재신청이란 것을 할 수 있다고 하셨기 때문”이라며 “물론 이번에도 출입국관리사무소에다 신청하는 것이고 가능성이 낮을 수 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저희에겐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 같은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에 청원을 해서 이번만큼은 공정하게 편견 없이 제 친구가 심사받기를 바란다”며 청원 이유를 밝혔다.

“저는 진정 묻고 싶습니다. 3만 달러 시대라고 하는 우리 대한민국이 정말 제 친구 하나를 품어줄 수 없는 것인지, 인권변호사셨던 대통령님께서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난민심사를 개선할 생각이 없으신지.”

여학생은 “‘품 안에 들어온 생명은 함부로 버리는 게 아니다’ 저희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라며 “친구가 그렇게 허망하게 가버리면 저희반 27명, 아니 저희 학교 600명 학생에겐 말로 못할 큰 상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의가 있다면, 우리 국민 마음속에 정의가 남아 있다면 제 친구를 굽어 살펴줄 것이라 믿는다”라며 “부디 제 친구가 난민이 돼 이란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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