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내 바른 언어 禮 회복의 지름길
말은 곧 행동··· 말부터 바꿔야
[천지일보=백하나 기자] “한국 사람은 부정적인 말부터 뱉는 경향이 있어요. 그리고 대안은 나중에 말하죠. ‘학교 안 갈 거야? 그러다 늦어!’라는 식으로 말이에요. 차라리 ‘이러다 늦겠구나. 어서 일어나서 씻고 밥 먹어야지’라는 표현은 어떨까요?”
남상민(75·사진) 원장은 가정 내에서 이뤄지는 잘못된 언어 습관이 예의 형성을 방해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남 원장은 “말은 정신에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의 것이 소리가 되고 곧 행동으로 이어진다”며 “가정에서부터 부정적인 말·잘못된 언어습관을 들이다보면 사고와 행동이 잘못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남 원장은 부정적인 말보다 긍정적인 말을 써야 하고 되도록 순화되고 아름다운 표현을 쓰게 되면 행동도 그와 같이 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언어의 힘과 교육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예로 남 원장은 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자신이 강단에서 가르쳤던 제자의 일화다.
예절이라곤 별 신경도 쓰지 않던 한 서울 처녀가 종가(宗家)로 시집을 갔다고 한다.
시집살이를 멀리 있는 대구 시외할머니 댁에서 하게 됐는데 시집 간 첫날, 시외할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매번 내훈서(內訓書)를 읽고 시험을 봐야겠다는 것이다. 며느리는 꿋꿋이 배웠고 고리타분할거란 생각과 달리 예절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이 마을에서 서울 며느리에 대한 수근거림이 돌기 시작했다. 자신의 남편을 ‘서방님’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한 동네 사람들의 시샘어린 말들이었다. 며느리는 마음이 상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서방님이라고 불렀다.
그로부터 1년 뒤, 마을 사람 너나할 것 없이 자기 남편을 ‘서방님’으로 부르더란다. 언어의 영향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제자가 자녀 둘을 낳아 학교에 보냈는데, 학교에 등교하는 동생이 앞서간 누나를 부르면서 ‘누님’이라고 부르며 쫓아간 것을 교장이 목격했다.
교장은 아직도 “누님”이라 부르는 애들이 있나 싶어 아이를 불러 세웠고, 예절의 중요성을 크게 깨달아 학교에 건의해 ‘누나를 누님으로, 동생을 아우님’으로 부를 것을 공식 지정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지금 이 학교는 예절 특성화 학교가 됐다.
남 원장은 예절회복을 위해 무엇보다 가정에서부터 언어교육이 이뤄지는 것이 효과가 가장 높다고 말했다. 자주 보는 구성원이 가족인 만큼 어린 시절부터 반복적으로 익히면 자연스럽게 습관을 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가정해체로 밥상머리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방송의 무분별한 언어 실태는 바른 언어사용을 더욱 어렵게 한다.
남 원장은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언어순화 노력을 해야 하고 간접적인 교육기관인 방송·학교·국가가 바른 언어쓰기를 권장하는 분위기를 이끌어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함께 예의를 세워 나가자고 힘써 강조했다.
2024-04-18 01:03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