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미·중 무역분쟁이 북한 핵문제 해결에 또 하나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상호간 말 폭탄을 날려 어느 시점에 가서 적절히 타협할 수도 있다고 봤지만, 실제로 이루어지는 상황을 보니 분쟁이 전쟁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상호 관세부과가 현실화 되면서 미·중은 25%의 고율 관세를 지난 6월부터 부과한다고 밝혔다. 340억 달러 규모가 되는 액수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더해 미국은 10일 공식적 발표를 통해 대 중국 수입의 절반에 해당하는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예고했다. 수입품 6031개 품목에 해당된다.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금번 조치는 9월 1일부터 시행될 것이다. 추가된다고 가정하면 미국은 지난해 중국에서 수입한 5055억 달러의 절반인 대략 2500억 달러에 고율관세를 매기게 된다. 트럼프가 선거운동 때 외쳤던 미국우선정책과 대 중국 공세들이 허언(虛言)이 아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하면서 ‘필요한 보복’을 하겠다고 성명을 냈다. 

한국에게는 핵문제뿐만 아니라 미·중의 무역분쟁이 낳게 될 경제적 타격도 적지 않을 것이 자명하다. 가장 민감한 환율의 변동이 벌써 가파르다. 1달러당 1120원이 넘었다. 내외로 근심거리들이 산적해 가고 있다. 정치 경제의 난제들이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는 없지만 큰 흐름에서 미·중의 어떤 형태로든지 마찰은 한국이 목전에 역점을 두고 있는 북한 핵문제 해결에 하등의 도움이 안된다. 물론 시간의 문제이지만 지금의 흐름과 힘의 역학관계상 북한 핵문제는 해결의 결과를 만들겠지만 넘어야만 할 과제들을 시작초기부터 크게 남겨주고 있다. 중국의 협조를 받아야만 하는 북한 핵문제 해결 대화 초입에 미·중이 동북아 전략상 양보할 수 없는 핵폭탄 급 무역전쟁과 감정의 골을 깊게 만들고 있으니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중국도 이번에는 물러나지 않을  기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TV를 보면 거의 매일 관영 보도매체에서 미국의 조치를 비난한다. 우군을 만들려고 유럽 연합과 대표국가인 독일에게도 구애를 해보기도 한다. 중국이 언제부터 자유무역주의 애호국가가 되었는지 모르지만 보호무역주의 타파를 연일 외친다. 외관상 중국은 이번에 제대로 미국과 맞붙어 싸우겠다고 한다. “과거의 중국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인민들에게 자신감을 보여주겠다는 것은 좋은데 내심 진정 미국과 무역전쟁을 현시점에서 한다면 소기의 목적 달성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사실 실재적인 전면 무역전쟁은 중국에게 더 큰 타격이 된다는 것을 중국정부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 남은 7주 동안 어떤 형태로든지 미국과 물밑에서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싸움초기에는 등가성(等價性) 원칙에 따라 미국과 대등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중국이 미국의 경제규모를 따르기는 역부족이다. 맞불작전이 안 통한다. 국제정치뿐만 아니라 경제에서도 종국에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것이 국제무대의 현실이다. 현실주의학파의 이론과 실재를 뛰어넘는 새로운 이론은 현재로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구체적 수치만 봐도 2017년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총액이 1300억 달러이다.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작년 수입한 5055억 달러에 한참 못 미친다. 중국이 1300억 달러에 맞불작전의 이름으로 추가보복 관세를 부과하면 그 실효성은 금액상도 그렇고 현실적 한계만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대화의 국면으로 중국은 전환시키려고 할 것이다. 문제해결의 돌파구는 아무래도 고위급회담이 되지 않겠나 싶다. 혹자는 이번 전쟁이 장기간으로 갈 것이라고 걱정의 목소리를 내지만 트럼프도 11월 중간 선거가 있기 때문에 일정한 성과물을 가시화시키기를 원한다. 더더욱 중국은 눈물을 머금고 2050년 미국을 뛰어넘는 국가를 만드는 그들의 장기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를 택할 것이다. 문제가 있으면 대화를 나누어야 하고 마주앉으면 해결책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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