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에서 난동을 부리던 주민을 말리다 흉기에 찔려 순직한 고 김선현 경감 영결식이 10일 오전 경북 영양군민회관에서 열렸다. 동료들이 헌화와 분향을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주택가에서 난동을 부리던 주민을 말리다 흉기에 찔려 순직한 고 김선현 경감 영결식이 10일 오전 경북 영양군민회관에서 열렸다. 동료들이 헌화와 분향을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위급상황서 테이저건 즉시 사용케 매뉴얼 개선해야”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경북의 한 시골 마을에서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인 4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경찰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현장에서 벌어지는 긴급 상황에 경찰이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장비 사용 등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 8일 오후 12시 39분께 경북 영양군 영양읍의 한 주택에서 “정신이상자가 난동을 부린다”는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고(故) 김선현 경감은 현장에서 백모(42)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린 후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같은 날 오후 2시 29분경 결국 사망했다.

이같이 안타까운 사건에 경찰 내부 게시판 등에서는 엄정한 공권력 집행이 어려운 일선 경찰들의 고충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지방경찰청 소속의 한 경찰관은 경찰 내부망에 ‘언제까지 경찰관이 죽도록 방치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경찰관을 폭행하고 대항해도 법원에 가면 솜방망이 처벌을 하니 제복 입은 공무원들을 만만하게 본다”며 “공무집행방해 사건에 대한 법원 판단은 국민 법 감정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토로했다.

이외에도 게시판에는 “비살상 제압용 테이저건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찰관들은 오늘도 몸으로 흉기를 막고 몸으로 주취자를 제압한다” “최소한 테이저건 사용 요건은 완화해 달라”는 내용의 글들이 등장했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공격받는 일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지난해 발표한 2012~2016년 5년 동안 전국에서 경찰관이 공무 수행 중 다친 사례를 보면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범인의 공격을 받아 다치는 경우가 2875건으로 전체 27.8%를 차지했다. 매년 500명이 넘는 것이다. 같은 기간 범인의 공격으로 사망한 경찰도 3명이었다.

현재 경찰관 직무직행법으로는 위급 상황 시에도 경찰 장비 사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범인이 흉기를 든 위협적인 상황 속에서는 경찰이 테이저건 등 경찰 장비를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직무집행법에 따르면 경찰관은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경우(형법상 정당방위·긴급피난), 중범죄를 저지른 피의자가 항거·도주할 때, 영장집행에 항거·도주할 때, 무기·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지니고 3회 이상 물건을 버리라는 명령을 받고도 따르지 않을 때 등에만 무기를 쓸 수 있다. 즉 현행범의 체포나 도주 방지, 공무집행 저항 같은 상황에 한해서만 경찰 장비를 제한적으로 쓸 수 있는 것이다.

울산의 한 일선 경찰관은 “주취자가 흉기를 사용하더라도 경찰관은 (직무직행법) 매뉴얼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며 “그러나 흉기가 왔다 갔다 하는 현장에서는 매뉴얼에 따를 시간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현행 직무직행법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에게 현실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현장에서 테이저건으로 진압했다간 나중에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란 두려움도 있다”며 “매뉴얼에 맞게 사용했어도 민·형사 소송이 걸릴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현장에서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부도 경찰 공권력 강화에 적극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고 김선현 경감 빈소가 있는 안동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한 뒤 “경찰에 대한 공격 행위는 국민에 대한 공격이다. 경찰은 국민 생명과 재산, 안전을 책임지는 공권력이다”라며 “공권력을 무시하고 짓밟는 행위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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