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1월 11일 베트남의 다낭에서 열린 APEC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해 11월 11일 베트남의 다낭에서 열린 APEC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세계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두 강국 지도자가 만난 것 만으로도 눈길을 끌지만 이들이 수년째 마땅한 해법 없이 방치된 난제들을 놓고 직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그 결과에 대해 주목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로이터 통신은 “미국과 러시아 양측에서 아무도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분위기를 소개했다.

무엇보다 지난 2011년 3월부터 7년 넘게 지속하면서 35만여명의 사망자와 수백만명의 피란민을 내고 있는 ‘시리아 내전’에 대한 논의의 향방이 주목되고 있다.

양국 모두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고 있는데, 러시아는 2015년부터 패전 위기에 몰린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구원해 전세를 뒤집은 뒤 굳히기를 시도하고 있다.

반면 IS 격퇴전을 명분으로 파병했던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 이들을 철수할 것이라는 보도가 최근 자주 나왔다. 시리아 내전이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푸틴 대통령이 시리아 내 러시아의 영향력을 보장받고 미군은 철수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 대가로 미국의 중동 내 최우방인 이스라엘이 가장 경계하는 이란의 시리아 내 세력확장을 억제하는 걸 돕겠다고 제의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란이 시리아에서 쉽게 물러나지도 않을 게 뻔한 데다가 러시아가 이란의 세력을 억제할 가능성도 적다는 게 중론이다.

아사드 정권의 거취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학무기 사용 정황을 들어 그를 ‘짐승’이라고 부르는 등 적대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10여 차례에 걸쳐 아사드 정권에 대한 제재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시리아 내전과 더불어 러시아의 2014년 크림반도 병합과 그에 따른 갈등, 우크라이나 내전, 서방의 러시아 제재도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회담의 의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크림반도 병합을 어떤 방식으로라도 용인해줄 것을 원하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더는 무기를 공급하지 말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요구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그는 앞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양보했다고 비난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우크라이나 침공과 크림반도 병합으로 인해 러시아하가 상실한 주요 8개국(G8) 지위를 회복시켜주는 방안을 지난 G8 정상회담에서 거론하면서 아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서 “푸틴이 적이 아닌 경쟁자”라고 타협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세계 핵무기의 92%(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추산)를 차지하는 두 핵보유국의 군축 문제에 전 세계의 이목이 주목되고 있다.

드키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최근 미러정상회담의 의제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군축이 가장 확실한 의제”라고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핵 충돌을 막기 위한 중거리핵전력조약(INF),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의 이행과 효력 연장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영국에서 시리아, 중동, 우크라이나, 핵무기 감축 등을 정상회담 의제로 소개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에서는 북핵 문제도 주요 의제로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유지와 관련, 러시아에 협조를 구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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