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2019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결정됐다. (출처: 뉴시스)
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2019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결정됐다. (출처: 뉴시스) 

사용자 측 “기업 현실 외면한 채 결정된 것”
노동계 “저임금 노동자 철저히 기만한 결정”
여당 “국회 차원 후속대책”… 야당 “재검토”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14일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 대비 10.9% 오른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되자 노사 양측으로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치권은 노사 간 계속되는 갈등에 우려의 목소를 내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새벽 4시 30분께 노동자위원과 공익위원만 참석한 가운데 제15차 전원회의를 열고 2019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의결했다. 

노동자 측이 제시한 최저임금 인상안에 반발해 표결에 불참했던 사용자 측은 “어려워진 경제 상황과 악화하는 고용 현실에도 10% 넘는 고율 인상이 이뤄졌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사용자위원들은 “이번 결정은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절박한 현실을 외면한 채 이뤄진 것”이라며 “향후 이로 인해 파생되는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은 결정에 참여한 공익위원과 근로자위원이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계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며 정부의 책임을 촉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측은 “미중 무역분쟁에 인건비 상승, 내수 부진 등으로 경제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생산성을 초과하는 인건비 상승은 기업들 경쟁력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입장을 내고 “어려운 경제 여건과 고용부진이 지속되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8350원으로 결정한 것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비판했다.

최저임금에 반발한 것은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중기중앙회는 “결국 현장에서 업무 난이도와 수준에 상관없이 임금이 일률화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이는 영세 중소제조업의 인력난을 더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인건비 부담과 인력난 등 여러 부작용을 오롯이 짊어져야 하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해 정부가 실질적 부담경감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기자실에서 최저임금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소상공인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기자실에서 최저임금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해왔던 소상공인들도 10.9% 인상 결정에 불복의사를 밝히고  ‘모라토리엄’을 실행에 옮긴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사용자위원 불참 속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넘어 ‘뒤집힌 운동장’에서 벌어진 최저임금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잘 짜인 모종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된 일방적 결정에 불과하다”며 “앞서 12일 밝힌 대로 이번 결정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소상공인 모라토리엄을 흔들림 없이 실행으로 옮길 것”이라며 “내년 최저임금과 관계없이 소상공인 사업장의 사용주와 근로자 간 자율협약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번에 결정된 최저임금 인상수준이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시급 1만원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정부·여당은 3년 내 최저임금 1만원 실현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산입범위 확대를 해야 한다고 했다”면서 “그러나 그 기준인 (최저임금 인상률) 15.2%에 훨씬 못 미친 결정수준은 오로지 최저임금법 개악을 위해 저임금 노동자를 철저히 기만하고 농락한 것임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률은 작게는 2.74% 많게는 7.7% 삭감피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적용할 경우 10.9% 인상은 실질인상률이 3.2%에 불과하거나 많이 잡아도 8.2%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민주노총은 “노동연구원이 최저임금위원회에 공식 보고한 ‘산입범위 확대 시 최저임금 실질 인상효과’에 의하면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기대 이익이 감소할 수 있는 노동자의 실질 인상효과는 10%를 인상할 경우 실질 인상률은 2.2%에 불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계의 입장을 대변해온 참여연대 역시 논평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실질 인상률이 떨어졌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2019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결정된 것은 유감스럽다”라며 “문재인 대통령 공약대로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이 달성되려면 15.2% 오른 시급 8670원 가량 됐어야 했다”고 밝혔다.

정치권도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노사 간 갈등이 커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후속 대책에 대해선 정당마다 서로 다른 방향을 제시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국회 차원의 후속대책 마련을 촉구한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공약 폐기 내지 조정을 요구했다.

민주당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통해 “노사 양쪽 모두 만족할 만한 금액은 아니지만 전문성을 가진 공익위원들이 대내외적인 경제여건을 감안해 고민한 결과물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가맹사업법 등 국회에 계류된 법안 처리에 여야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여야가 협조해 최저임금 인상을 보완하기 위한 후속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당은 기존의 최저임금 관련 대통령 공약 폐기를 주장했다. 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최근 경제상황과 고용여건, 임금 지불능력에 대한 면밀한 검토없이 최저임금의 무리한 인상을 추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기존의 최저임금 관련 대통령 공약을 폐기하고 제대로 된 검토를 바탕으로 최저임금 정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대책을 현실에 맞게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도 최저임금 인상 폭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신용현 수석대변인은 “최저임금 인상이 올바른 정책방향 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대비도 없는 무책임한 최저임금 급격 인상으로, 우리 경제를 망가뜨리고 자영업자와 소상공민들이 도저히 버티지 못할 지경까지 몰고 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은 고용노동부에 대해 최저임금위원회에 2019년 최저임금안 재심의를 요청할 것을 주문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