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삼성물산, 엘리엇 본사 (사진출처: 연합뉴스)
왼쪽부터 삼성물산, 엘리엇 본사 (사진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손해를 봤다고 주장해온 엘리엇이 결국 투자자-국가간 분쟁소송(ISD)을 제기했다. 한국 전(前) 정부가 삼성 총수일가를 지원하면서 주주에게 손실을 줬다며 배상을 8000억원대의 배상을 요구했다.

엘리엇 측은 14일 소송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前 정부(박근혜 정부)가 삼성물산 합병에 위법하게 개입해 발생한 손해의 배상을 요구하는 내용의 중재 통보 및 청구 서면을 대한민국에 송달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13일 우리 법무부에 중재의향서를 냈던 엘리엇은 중재기간 90일이 만료된 12일 바로 ISD 중재신청서를 낸 것.

이와 함께 엘리엇은 한국 정부에 7억 7000만 달러(약 8650억원)에 달하는 피해보상 금액을 청구했다. 올해 4월 중재의향서 제출시 제시했던 금액 6억 7000만 달러보다 1억 달러나 늘어난 금액이다.

ISD 중재신청서에서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표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 정부 인사와 삼성 경영진 간 부적절한 정경유착 행위로 삼성물산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현재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인사들이 이와 관련해 검찰에 기소됐던 사실을 적시했다.

엘리엇은 또한 “박 전 대통령 탄핵, 삼성 고위 임원 등에 대한 유죄선고 과정에서 전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들을 희생시켜 가며 삼성 총수일가를 지원한 사실이 밝혀졌다”며 “(삼성물산) 합병은 한국의 이미지를 국제적으로 심각하게 손상시켰다”고 비판했다.

엘리엇의 ISD 제기에 따라 울 정부와 엘리엇은 각각 다른 중재인을 선정하는 등 본격적 소송절차에 들어간다. 엘리엇은 현재 자사 법률 수석대리인을 맡은 영국계 로펌 ‘스리크라운’이 있는 영국을 ISD 중재 재판 개최장소로 제안했다. 안방에서 한국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ISD가 엘리엇의 요구를 수용하면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영국 법정에서 열리는 중재 재판에 참여해야 한다. 국민연금 관계자들뿐 아니라 이들을 기소한 박영수 특별검사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들도 증언대에 서게 될 전망이다.

한국정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국내 자본시장법에 다른 적법한 결정이었다는 점을 관철시켜야 승소할 수 있는 이번 재판에서 이를 문제 삼았던 우리 검찰 측이 증언해야 하는 역설적 상황에 놓인 셈이다.

한편 엘리엇 외에 미국 헤지펀드 메이슨캐피털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정부에 1억 7500만 달러를 요구하는 ISD 중재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다.

※ISD(Investor State Dispute, 투자자-국가간 소송제도): 외국인 투자자가 상대방 국가의 법령·정책 등으로 인해 자신의 이익을 침해당했을 때 해당 정부를 상대로 국제 중재를 요청해 손해를 배상받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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