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문제 유출.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시험문제 유출.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행정실장→학부모, 문제유출

“철저한 문제관리·감독 필요”

“인성교육 통해 바로잡아야”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광주 한 사립 고등학교에서 시험문제 유출 사건이 벌어진 것과 관련해 학부모와 교사 등 교육계에선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경찰 등에 따르면 광주 서부경찰서는 기말고사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업무방해)로 광주 모 고교 행정실장 A(58)씨와 3학년 학부모(학교운영위원장) B(52, 여)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A씨는 사립학교법인인 이 학교에서 오랫동안 근무했고, 의사인 B씨는 아들이 다니는 이 학교의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정도로 학교활동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의 내신이 이미 2.5등급 이상의 상위등급임에도 만족하지 못했던 B씨는 시험지 보관 업무를 맡고 있는 행정실 직원 A씨에게 일부 시험문제를 빼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A씨는 5개 과목의 시험 문제지를 B씨에게 유출했다.

학생들은 B씨의 아들 C군이 시험을 치르기 전 친구들에게 힌트를 준 문제가 실제로 시험에 나오자 유출을 의심했다. 시험이 끝난 뒤 학생들은 시험문제 유출이 의심된다며 3학년 부장교사에게 신고했고, 이를 전달받은 교장은 C군과 B씨를 면담, 시험문제 유출 사실을 확인했다.

일반적으로 일선 고등학교에서는 시험을 치르기에 앞서 평가계에서 전 과목 시험문제를 수집하고 교감과 교장의 결제를 맡은 이후 시험지를 학교 행정실이나 인쇄실에 보관토록 하고 있다. 또한 시험지 보관 장소는 2중의 시건장치가 설치돼 있고 출입도 엄격히 제한된다.

하지만 이러한 관리시스템을 갖추고 있음에도 이 같은 사건이 벌어진 데 대해 학부모와 교사 등 교육계에서는 또 다시 이러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미숙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 대표는 “학교에서는 시험문제와 관련해 철저한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며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자녀를 키우고 있는 같은 입장에서 학부모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런 행동은 결코 해선 안 되는 일”이라며 “내 아이의 이익을 위해서 다른 학생의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만 잘되고 성공하면 된다’라는 식의 생각이 문제이고, 또한 과정이 아닌 결과만 중요시 생각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라며 “인성교육을 통해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전 중일고교에 재직하는 이재하(전국진로진학지도협의회 수석대표) 교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시험지 보관이 잘못됐다”며 “‘설마 시험지가 유출되겠어?’라는 생각에 부실하게 관리했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사는 일선 학교에서 시험지를 보관하는 것과 관련해 “모든 시험문제는 인쇄된 것으로가 아니라 (컴퓨터) 파일로 만들어서 암호화하는 작업을 통해 높은 보안등급으로 보관한다”며 “인쇄된 시험지의 경우 이중 시건 장치가 설치된 금고에 보관하며 혼자서는 금고를 열 수 없도록 2명이 각각 다른 열쇠를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사와 교사 간, 교사와 학생 간 신뢰를 무시할 순 없지만 공정성이 유지돼야 하는 시험과 관련해선 학생이나 학부모의 욕심이 작용할 수 있는 등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대비해야 한다”며 “시험지 관리가 부실했던 부분에 대해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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