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솜 기자] 발암물질 논란으로 전세계를 시끄럽게 했던 일명 ‘베이비파우더 소송’과 관련해 배심원들이 미국 사상 최고금액을 배상하라는 평결을 내렸다.

미국 미주리주 법원 배심원단이 글로벌 제약회사 존슨앤존슨(Johnson & Johnson)에 약 45억 9천만 달러(5조 3250억원)를 배상하라는 평결을 내렸다고 블룸버그와 CNN 등 외신들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연방순회법원 배심원단은 이날 만장일치로 존슨앤존슨이 22명의 원고에게 한 사람당 평균 2500만 달러 총 5억 5천만 달러의 보상적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평결했다. 징벌적 손해배상금으로는 40억 4천만 달러를 산정했다. 총 46억에 달하는 금액으로 미국 전역의 유사한 소송 9000건 중 최고액이다.

존슨앤존슨 측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캐롤 굿리치 존슨앤존슨 대변인은 “이번 평결은 근본적으로 부당한 과정의 산물”이라며 “법원은 대부분 미주리주와 관계가 없는 22명의 여성을 한 그룹으로 묶어 원고로 인정하고 각자 난소암 발병에 미쳤을 요인과 적용 가능한 법률이 다름을 무시하고 이들 모두에게 같은 액수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했다”고 반발했다.

배심원단은 약 5주간에 걸쳐 수십명의 전문가와 증인들에게 탤크 함유제품과 난소암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의견과 증언을 청취한 후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원고 측 마크 레이니어 변호사는 존슨앤존슨이 제품의 석면 오염사실을 알면서도 감추고 성분조사 결과를 고의로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비공개 재판 최종변론에서 레이니어 변호사는 “존슨앤존슨은 석면 성분이 검출되면 다른 결과를 내줄 수 있는 실험실로 제품을 다시 보냈다”고 주장했다.

베이비파우더 소송은 이 제품 사용자들과 암의 발병 연관성을 다투는 소송이다. 앞서 소비자들은 존슨앤존슨의 ‘베이비파우더(Baby Powder)’와 ‘샤워투샤워(Shower to Shower)’ 등 파우더 원료로 쓰이는 탤크(활석)를 채굴할 때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포함될 수 있는데 발암가능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전역에서 동일한 내용의 소송만 9000건이 넘었다.

베이비파우더 문제로 첫 소송이 제기된 건 2008년 사우스다코타주다. 이 주에 사는 딘 버그(현 61세, 여)는 베이비파우더를 40년간 사용한 후 2006년 난소암진단을 받았다며 해당 제품의 판매중단을 요구했다. 이후 2013년 정식 재판으로 이어졌다. 당시 존슨앤존슨은 130만 달러를 배상하는 합의안을 제시했지만 버그는 이를 거부했다.

존슨 측이 판매를 중단하지 않고 지속 판매하자 이후 미국 전역에서 소송이 이어졌다. 특히 미주리주 항소법원이 지난해 2월 하급법원의 7200만 달러 배상판결에 대해 관할권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하면서 최근 존슨앤존슨 본사가 있는 뉴저지주 연방법원에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탤크 가루는 마그네슘이 주성분으로 물기를 잘 흡수해 피부 발진을 막아주는 효능이 있다. 하지만 자연 상태 그대로의 탤크는 석면을 포함하고 있어 난소에 작용하면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하지만 의약업계에서는 1970년대 이후 제조된 제품에는 석면이 함유돼 있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암협회와 국립암연구소 등도 탤크를 발암물질로 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의 국제암연구소는 활석을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그간 진행된 재판 7개 중 존슨사는 총 6건에 대해 배상판결을 받아 패소했다. 반면 지난 8월 캘리포니아주 LA법원 배심원단은 63세 여성이 제기한 관련 소송에서 4억 1700만 달러 배상을 평결했던 건은 10월 고등법원이 증거부족으로 기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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