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정회되자 류장수 위원장이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 밖으로 빠져나오고 있다. 뒤쪽은 얘기 나누는 근로자위원들. (출처: 뉴시스)
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정회되자 류장수 위원장이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 밖으로 빠져나오고 있다. 뒤쪽은 얘기 나누는 근로자위원들. (출처: 뉴시스)

노동자측 “저임금 노동자에 희망 못 줘”

사용자측 “의결 책임, 근로자‧공익 측에”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14일 새벽 우여곡절 끝에 시간당 8350원으로 의결됐지만, 이 과정에서 드러난 노사갈등의 파장이 예상된다.

최저임금위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15차 전원회의를 열고 근로자 위원들이 제시한 8680원 안과 공익 위원들이 제시한 8350원 안을 놓고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결과 8680원 안은 6표, 8350원 안은 8표로 공익 위원들이 제시한 안으로 확정됐다. 이에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 최저임금 7530원 보다 820원 오르는 수준으로 정리됐다. 지난해 인상률(16.4%)과 비교하면 5.5%p 하락한 수치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선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5명은 의결 결과 발표 후 입장문을 내고 “최저임금 1만원 시대의 조속한 실현과 산입범위 개악에 대한 보완을 애타게 기다려온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희망적 결과를 안겨주지 못한 것에 대해 무척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근로자위원들은 “노동자위원 전원은 최소한의 요구인 15.3% 인상률을 지지했으나 역부족이었다”고 강조했다. 위원들은 인상률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최저임금 1만원을 2020년까지 달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인상률이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사용자 측은 불참으로 ‘보이콧’으로 입장을 대변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사용자위원들은 지난 13일 열린 14차 전원회의에도 불참했으며 같은 날 밤 9시가 넘어 9명 공동 명의로 올해 최저임금 심의에 불참했다. 노·사 중 어느 한쪽이 회의 진행 중 퇴장한 경우는 많았지만, 아예 불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소상공인과 편의점주 등 사용자들의 잇따른 ‘모라토리엄’이 방증하듯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감을 직접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용자 측은 이번 최저임금위에 당초 ‘임금 동결안’을 제안했다.

이번 의결로 최저임금 수준이 결정됐지만, 영세·소상공인 등이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않는 소위 ‘모라토리엄’을 실제 행동에 옮기면 문제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위원들은 최저임금 결정 직후 입장문을 내고 “금번 결정은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절박한 현실을 외면한 채 이뤄진 것으로, 향후 이로 인해 파생되는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은 결정에 참여한 공익위원과 근로자위원이 져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사용자들을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입장을 내고 “경영계는 어려운 경제 여건과 고용 부진이 지속되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최저임금이 8천350원으로 결정된 것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총은 “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부결되고 두 자릿수의 최저임금 인상이 모든 업종에 동일하게 적용됨으로써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한계상황으로 내몰 것으로 우려된다”며 “앞으로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은 반드시 시행돼야 하며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를 뒷받침하는 실질적 방안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해를 입는 쪽은 영세사업주와 노동자들이다. 대기업 중심으로 돌아가는 경제구조 속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영세 사업주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들과 직접적인 갈등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 지원 정책에 대한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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