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명승일 기자] 한국입법학회(회장 임지봉)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검경 수사권 제도 개편에 대한 현안간담회를 밀도감 있게 진행했다.

기조발제에 나선 정재룡 국회 수석전문위원은 “잘하고 있는 수사에 불필요하게 검찰이 간섭하거나 가로채기 하는 경우도 문제이며, 사건이 말이 되든 안 되든 검찰에 송치해 버리면 그만이라는 경찰 측 태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에 자율적 수사권을 줘 검경이 상호견제와 책임의식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며 “다만 정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경우, 경찰수사과정의 법령위반, 인권침해, 징계요구 등으로 제어하기 위한 장치를 두고 있기는 하지만, 경찰권한 확대에 따른 불안감을 해소하는 더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제1토론자로 나선 김재규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단장은 “검찰을 인권옹호기관으로 상정해본다면 검사는 수사가 인권 존중적으로 잘 이뤄지고 있는지 감시하는 자가 돼야지 수사까지 담당하는 건 모순”이라며 “검사가 경찰을 협력대상이 아닌 하위기관 구성원으로 취급하는 행태, 검사에 의한 수사 방해와 왜곡 또한 결코 작지 않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의 피의자 조사과정에서 영상녹화를 확대하고 진술녹음제를 도입할 것”이라며 “영장전담관 신설, 장기기획 인지수사 일몰제 시행, 인권친화적인 수사공간 조성 등 수사과정의 투명성과 인권보호가 준수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한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인권미래정책연구실장은 제2토론자로 나서 “수사권 조정 문제는 헌법 제89조에 따른 국무회의 심의사항인데, 정부 조정안은 이를 거치지도 않았고 국민 여론 수렴 절차도 가볍게 여긴 측면이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특히 “정부 조정안은 정부가 개혁법안을 발의하지 않고 국회에 입법을 맡기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결국 국회 법안 논의 과정에서 악마(디테일)적 수정에 직면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검경 수사권은 의약분업처럼 양분될 사안이 아니므로, 국민적 공론화를 거쳐 제도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3토론자인 임석기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교수는 “경찰의 1차적 수사종결권을 인정하되, 고소·고발이 없는 경찰의 인지수사 종결권에 대한 견제장치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마찬가지로 검찰의 인지에 의한 직접수사도 견제장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 “정부 조정안과 같이 송치 전 단계의 검찰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되, 사실상의 수사활동이면서도 내사활동 형식으로 행해지는 경찰의 자의적인 수사권 행사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경찰 내사활동의 요건과 절차의 통제 등을 법률로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법률의 위임범위를 넘어선 대통령령인 ‘수사준칙’이 법률에 맞게 정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용 서강대학교 법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제4토론자로 나서 “수사권 제도 개편의 핵심은 검찰과 경찰의 권한에 대한 민주적 내부통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영국의 경찰민원심사청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검찰과 경찰의 자구적 혁신과 인권수호 의지를 기대하기보다는 시민이 직접 검찰과 경찰의 내면을 관리감독을 해나가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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