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합의문에 서명을 마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출처: 뉴시스)
12일 오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합의문에 서명을 마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13일(한국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받은 친서를 공개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의 약속 이행을 촉구하면서 지척였던 북미간 실무 협상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친서에서 김 위원장은 “나는 두 나라의 관계 개선과 공동성명의 충실한 리행(이행)을 위하여 기울이고 있는 대통령 각하의 열정적이며 남다른 노력에 깊은 사의를 표합니다”라고 말했다.

또 “조미(북미) 사이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려는 나와 대통령 각하의 확고한 의지와 진지한 노력은 반드시 훌륭한 결실을 맺게 될 것”이라며 “대통령 각하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과 신뢰가 앞으로의 실천과정에 더욱 공고해지기를 바라며 조미관계 개선의 획기적인 진전이 우리들의 다음번 상봉을 앞당겨주리라고 확신합니다”라고 서한을 끝냈다. 북미 간 추가 정상회담을 기정사실로 하면서 북미 관계 개선이 물살을 탄다면 개최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날 문 대통령도 북미 간 갈등 속 비핵화 여정에서 강한 어조로 약속 이행을 요구하면서 ‘촉진자’로서 다시 목소리를 냈다.

문 대통령은 싱가포르 오차드 호텔에서 열린 ‘싱가포르 렉처’에서 “(북미) 정상이 직접 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국제사회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양 정상이 국제사회에 약속을 했기 때문에 실무협상에 우여곡절이 있어도 결국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 등과 회담한 자리에서도 “북미 간 협상이 정상 궤도에 돌입했다”며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하고 북한 안전보장에 국제사회가 노력한다면 북미협상이 성공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이라는 원칙에 북미 간 이견이 없는 데다 이를 전 세계가 보는 가운데 약속의 형태로 발표해 되돌릴 수 없는 단계인 만큼 그 약속을 성실하게 이행하라는 요구다.

다만 이전과 같이 두 정상의 결단을 기원하며 응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엄중한 심판’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전례 없이 ‘비핵화 속도전’을 양측에 압박한 모양새다.

북미정상회담 개최 20여일만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방북했음에도 그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는 보도가 계속 나오면서 비관 여론이 거세지자 전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미 협상에 대한 비관 여론을 잠재우고, 북한과의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메시지를 보이기 위해 김 위원장이 ‘각하’라는 표현을 5번이나 사용한 친서를 전격 공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가운데 북한과 미국이 오는 15일 미군 유해 송환을 위한 회담을 앞두고 있어 주목이 되고 있다. 북한측에서 취소했다가 다시 제안해 열리는 회담인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친서를 공개하고 문 대통령이 북미간 약속 이행을 촉구한 후 개최되는 만큼 의미있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공개했다. (출처: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공개했다. (출처: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한편으로는 회의론도 여전하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보낸 친서에 북미 간 최대 관심 사안인 비핵화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미간 관계 개선의 핵심 키는 결국엔 ‘비핵화’임에도 이에 대해 언급이 없다는 것은 미국 내에서 논란을 가중할 수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CNN 방송은 이 편지가 비핵화와 관련한 어떤 것도 언급하는 데 실패했다면서 김 위원장은 아직 공개적으로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과 관련해 무엇을 할지를 공개 선언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핵확산 전문가인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는 CNN에 “편지에서 ‘비핵화’라는 단어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면서 “김 위원장은 ‘우리는 (미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한 이후에만 핵에 대해 대화할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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