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23일 강원 동해 오일장길에 위치한 북평 민속시장 입구에 한복을 입고, 등에는 물건을 가득 담은 바구니를 이고 시장을 향해 힘차게 걷는 보부상 동상이 서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3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23일 강원 동해 오일장길에 위치한 북평 민속시장 입구에 한복을 입고, 등에는 물건을 가득 담은 바구니를 이고 시장을 향해 힘차게 걷는 보부상 동상이 서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3

조선 정조 20년 때부터 3일, 8일장으로 한 달 6번 열려

메밀묵·국밥·벽화·과일·채소·어물전 등 다양한 판매 거리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한여름 피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휴가철을 앞두고 더위를 식히기 위한 장소로 해변은 인기 있는 휴식처다. 특히 맑고 깨끗한 바다를 자랑하는 강원 동해는 매년마다 여행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하지만 동해엔 비단 해변만 유명한 것이 아니다. 동해에 가면 꼭 들려야 할 곳. 조선 정조 20년(1796년)에 시작해 2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전국 최대의 민속장. 바로 ‘북평 민속시장’이다.

강원 동해시 오일장길에 위치한 북평 민속시장은 3일, 8일장으로 한 달에 6번 열린다. 처음엔 월동(지금의 나안동) 다리 일대에 있었지만 물길이 변천됨에 따라 전천 남쪽 언덕에 이설됐다. 1910년 10월 8일엔 대홍수가 나면서 장터가 없어졌다가 1912년 북평1리 남쪽마을(구장터)로 옮겨졌다.

이후 1932년 큰길이 생기고 인구가 늘어나면서 교통이 편리한 북평과 구미동 사이의 도로변인 지금의 장터로 자리 잡게 됐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23일 강원 동해 오일장길에 위치한 북평 민속시장의 시계탑.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3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23일 강원 동해 오일장길에 위치한 북평 민속시장의 시계탑.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3

민속시장은 방언으로 뒷드르, 뒷드루, 뒷드리, 뒷뚜르장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이는 이 지역의 지명인 북평의 고유어인 ‘뒷뜰’이라는 표현으로 뒷뜰은 삼척군의 북쪽, 즉 뒤쪽에 있는 넓은 들판이라는 뜻에서 유래됐다.

지난달 23일 시장에 도착하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북평 민속시장’이라고 적힌 시계탑이었다. 탑에는 민속시장이 3일, 8일, 13일, 18일, 23일, 28일 등 매달 숫자 ‘3’과 ‘8’로 끝나는 날에 열리는 5일장임을 알려주기 위해 ‘3일, 8일’이라는 글자도 함께 적혀있었다.

시장 입구에서는 한복을 입고, 등에는 물건을 가득 담은 바구니를 이고 시장을 향해 힘차게 걷는 보부상 동상을 만날 수 있다. 200년 전 이 길을 걸었던 상인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그때나 지금이나 좋은 상품으로 어서 손님을 맞고자 하는 상인의 마음은 매한가지 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발걸음을 더 재촉하게 됐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23일 강원 동해 오일장길 북평 민속시장의 뒷뜰 주막. 지붕이나 벽, 출입문이 1980년대 모습이라 ‘옛 멋’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사진 촬영 배경 장소로 사용하기에도 안성맞춤인 장소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3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23일 강원 동해 오일장길 북평 민속시장의 뒷뜰 주막. 지붕이나 벽, 출입문이 1980년대 모습이라 ‘옛 멋’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사진 촬영 배경 장소로 사용하기에도 안성맞춤인 장소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3

민속시장은 커다란 건물에 상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여느 시장과는 달리 골목골목 상인들이 있어 마치 미로 찾기를 하듯 각각의 거리마다 색다른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다.

메밀묵 거리, 야채 거리, 국밥 거리, 채소 거리, 의류 거리, 벽화 거리, 뻥튀기집, 야외 공연장, 잡화거리, 과일 거리, 어물전 거리 등 다양한 즐길 거리에 보고 듣고 맛보고 만지고 향을 맡으며 오감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본격적인 거리 탐방에 앞서 고소한 냄새가 발길을 잡는다. 바로 어묵핫바집이었다. 40년간 어묵핫바집을 운영했다는 상인은 맛집으로 소문난 덕에 손님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어묵핫바를 맛보려는 손님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고, 상인에게 물어보니 미리 주문한 뒤 다른 볼일을 보러간 예약 손님도 많았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23일 강원 동해 오일장길에 위치한 북평 민속시장의 어묵핫바집에서 어묵핫바가 기름에 튀겨지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3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23일 강원 동해 오일장길에 위치한 북평 민속시장의 어묵핫바집에서 어묵핫바가 기름에 튀겨지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3

기름 위에 동동 띄워져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익어가는 어묵핫바. 그 옆에서 상인이 갓 구워진 어묵핫바를 꼬치에 끼우자마자 예약된 손님들에게 곧바로 전달됐다. 해물매운맛, 맛살어묵맛, 핫바어묵맛 등 종류도 다양했다.

찹쌀 빵과 팥빵, 꽈배기도 행인의 발걸음을 잡았다. 커다란 대야에 반죽을 담아두고 즉석에서 빚어내고 구워 팔고 있었다. 빵 굽는 냄새가 어찌나 달콤한지 열 걸음이 지나서도 맡을 수 있었다. 몇 천원 안 낸 것 같은데 주인의 인심까지 더해져 봉지 한 가득 담기는 빵들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23일 강원 동해 오일장길에 위치한 북평 민속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찹쌀 팥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3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23일 강원 동해 오일장길에 위치한 북평 민속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찹쌀 팥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3

넉넉한 시장의 인심은 대추, 잣, 땅콩, 호두 등을 판매하는 상인에게서도 느낄 수 있었다. “자, 이건 덤입니다” 이 한마디에 손님의 입가에 웃음꽃이 핀다.

시장 입구에 있는 북평오일장 안내도에 따라 길을 걸으면 가장 처음 만나게 되는 거리는 메밀묵 거리다. 하지만 메밀묵만 팔 것이라는 생각은 큰 오산이다. 이곳에서는 메밀묵을 비롯해 메밀부침과 메밀전병, 수수부꾸미, 잔치국수 등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안성맞춤인 음식들을 판매하고 있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23일 강원 동해 오일장길 북평 민속시장의 한 메밀묵집에서 메밀전병이 철판 위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3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23일 강원 동해 오일장길 북평 민속시장의 한 메밀묵집에서 메밀전병이 철판 위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3

한껏 달아오른 철판 위에서 ‘지글지글’ 맛있는 소리를 내며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메밀부침과 그 옆에서 돌돌 말려가는 메밀전병을 보고 있자면 군침이 절로 나온다. 가격도 2000~3000원으로 저렴한 편이라 자리마다 손님들이 가득했다.

이열치열(以熱治熱). 열은 열로써 다스린다고 했던가. 민속시장에선 여름철 더위를 오히려 땀을 쫙 빼며 이기는 방법도 가능하다. 뜨거운 음식의 대표 국밥을 판매하는 ‘국밥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국밥 거리는 근처에 우(牛)시장이 있었던 예전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북평오일장의 상설 맛집 거리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밑반찬이 많진 않았지만 국밥과 잘 어울려서 금세 빈 접시가 됐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23일 강원 동해 오일장길 북평 민속시장의 국밥 거리 한 식당의 국밥. 밑반찬이 많진 않았지만 국밥과 잘 어울려서 금세 빈 접시가 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3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23일 강원 동해 오일장길 북평 민속시장의 국밥 거리 한 식당의 국밥. 밑반찬이 많진 않았지만 국밥과 잘 어울려서 금세 빈 접시가 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3

국밥까지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서 다시 발걸음을 옮기면 반찬을 판매하는 거리를 지나게 된다. 이곳엔 종류별로 다양한 짱아찌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참외 짱아찌는 참외를 잘게 썰어서 만든 것이 아니라 통째로 만들어져 있었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모았다. 그밖에도 오이 짱아찌, 깻잎 짱아찌, 고추잎 짱아찌, 무 짱아찌 등이 있었다.

시장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과일 아닌가. 북평 민속시장 과일 거리에서 만나는 과일은 마트에서 보는 과일과는 느낌이 다르다. 수박도 일반 수박이 아니라 ‘설탕 수박’이다. 성주 꿀 참외, 꿀 사과, 천도 복숭아, 국내산 살구, 자두, 토마토 등 다양한 과일이 각각의 바구니에 담겨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23일 강원 동해 오일장길 북평 민속시장의 밑반찬 상가에 진열된 참외 짱아찌.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3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23일 강원 동해 오일장길 북평 민속시장의 밑반찬 상가에 진열된 참외 짱아찌.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3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23일 강원 동해 오일장길에 위치한 북평 민속시장의 벽화길.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3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23일 강원 동해 오일장길에 위치한 북평 민속시장의 벽화길.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3

북평오일장에는 다른 골목과는 비교적 한적한 공간에 벽화길이 조성돼 있다. 그림 솜씨가 화려하진 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편안해지고 아늑함이 느껴진다. 요리를 하는 어머니 옆에서 생글생글 웃으며 말을 거는 아이의 모습. 시장에서 살 수 있는 수박, 사과, 감 등이 접시에 담겨 있고 이를 즐거운 표정으로 맛보는 아이들의 모습. 물속에 물고기가 힘차게 뛰어오르고 어민이 물고기를 잡는 모습. 벽화에는 소소하지만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벽화길은 잠시 쉬어가는 코스로 추천한다.

다시 시장에 들어서면 북평 민속시장의 또 다른 매력. 커다란 국자로 퍼주는 커피를 만날 수 있다. 얼음이 동동 떠있는 커다란 통 안에 담긴 커피를 상인은 국자로 퍼서 준다. 호기심에 한 잔씩 하게 되는데 상쾌함과 시원함은 상상 이상이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23일 강원 동해 오일장길 북평 민속시장의 커피. 얼음이 동동 떠있는 커다란 통 안에 담긴 커피를 상인은 국자로 퍼서 준다. 호기심에 한 잔씩 하게 되는데 상쾌함과 시원함은 상상 이상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3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23일 강원 동해 오일장길 북평 민속시장의 커피. 얼음이 동동 떠있는 커다란 통 안에 담긴 커피를 상인은 국자로 퍼서 준다. 호기심에 한 잔씩 하게 되는데 상쾌함과 시원함은 상상 이상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3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23일 강원 동해 오일장길 북평 민속시장의 야외 공연장.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3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23일 강원 동해 오일장길 북평 민속시장의 야외 공연장.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3

북평 민속시장 중심부에는 야외 공연장이 있다.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노래자랑이 한창이었다. 흥겨운 노랫소리에 주민들이 나와 춤을 추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무대 옆에는 ‘뒷뜰 주막’이 있었다. 지붕이나 벽, 출입문이 1980년대 모습이라 ‘옛 멋’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사진 촬영 배경 장소로 사용하기에도 안성맞춤인 장소다. 또 그 앞에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동네방네 뒷드루 사랑방’도 있다.

야외 공연장 앞에는 2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민속시장의 또 다른 명물, ‘뻥튀기 집’이 있다. ‘뻥튀기 집’은 옛날 방식을 그대로 사용한다. ‘뻥’ 하는 소리에 길을 지나는 사람들이 깜짝 놀라는 일도 있지만 대부분 싱글벙글 웃으며 신기해하는 눈치였다. 몇몇 외국인 관광객은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뻥튀기 기계가 튕겨내는 뻥튀기를 촬영하기도 했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23일 강원 동해 오일장길 북평 민속시장 뻥튀기 집의 뻥튀기 기계. 외국인 관광객들이 호기심에 스마트폰을 이용해 촬영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3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23일 강원 동해 오일장길 북평 민속시장 뻥튀기 집의 뻥튀기 기계. 외국인 관광객들이 호기심에 스마트폰을 이용해 촬영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3

뻥튀기 집을 지나면 어물전 거리가 나온다. 어물전 거리에서는 쥐포, 아귀포 구이, 맥반석 오징어, 학꽁치, 마른멸치 등을 판매했다. 또 우럭과 멍게, 꽃게, 문어, 고등어, 꽁치, 새우, 소라, 오징어, 전복 등 싱싱한 어물이 가득했다. 강원도의 특성을 느낄 수 있는 채소거리에서는 표고버섯과 송이버섯, 돼지감자, 차가버섯, 메밀차, 보이차, 노니, 강황, 볶은 귀리 등을 판매했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23일 강원 동해 오일장길 북평 민속시장의 어물전 거리에서 한 상인이 살아있는 문어를 잡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3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23일 강원 동해 오일장길 북평 민속시장의 어물전 거리에서 한 상인이 살아있는 문어를 잡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3

북평 민속시장에서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가마솥 통닭이었다. 가마솥 속 펄펄 끓는 기름에 빠져있는 통닭은 먹음직스럽게 익어갔다. 한 마리에 6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더 손이가게 만든 북평오일장의 마지막 선물이었다.

뜨거운 여름. 더위를 식힐 동해 해변에, 볼거리 먹을거리가 가득한 동해 북평 민속시장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23일 강원 동해 오일장길 북평 민속시장에서 한 상인이 가마솥에서 튀겨지고 있는 통닭을 들어 올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3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23일 강원 동해 오일장길 북평 민속시장에서 한 상인이 가마솥에서 튀겨지고 있는 통닭을 들어 올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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