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지윤 기자] 지난 8월 29일은 경술국치 100년째 되던 날이었다. 국민 스스로가 나라를 빼앗긴 사건을 국치, 즉 나라의 수치라고 명명했다. 이런 수치를 맛보도록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던 이완용은 그때나 지금이나 ‘매국노’라는 주홍글씨가 뒤따르고 있다.

여기서 이완용은 외교권과 국권을 갖다 바친 을사늑약과 경술국치를 일본과 체결했을 때 스스로 나라를 팔았다는 자각이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이완용은 바보가 아니었다. 그는 고위 공무원이자 정치인·지식인·예술인 등 당대 엘리트 중 엘리트였다. 다른 계층 국민보다 최신 문물과 국제정세에 대한 정보도 빨리 접했을 것이다.

세계정세를 이리저리 봤을 때 그는 모국의 운명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고 직감했을 것이다. 메이지유신을 거쳐 서구 문물을 발 빠르게 받아들이고 청나라 및 러시아와 싸워 이겨 서양과 대등한 위치에 오른 일본과 손을 잡는 게 나을 것이라 생각했을 터다.

하지만 그의 판단은 크게 잘못됐다. 온 국민이 나라를 되찾고자 합심해 35년 만인 1945년 국치에서 벗어났다. 불행한 일이지만 만약 광복이 오지 않았더라면 현재 안중근 의사의 약지 없는 손바닥 도장 대신 이완용의 얼굴이나 글씨를 마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나라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공무원의 생각이 한 나라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생각하고 최근 인사청문회를 보노라면 이들이 어떠한 소신을 갖고 공무원직을 맡고 있는지 궁금하다. 특히 정부에서 일하는 자라면 개인의 이익보다 국익 즉, 공익을 생각해야 하는데 말이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는 자녀의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의혹, 부인의 위장취업, 미국 국적의 딸, 무자격 건강보험 이용, 학술논문 중복 게재 등 수많은 의혹들이 난무했다. 이들도 오늘날의 엘리트들이다. 그들은 자본주의 아래 자신과 가족의 이익을 위해 ‘눈속임’을 일삼아 왔다. 독립군처럼 나라를 위하고자 하는 후보자들은 어디가고 매번 같은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들이 인사청문회에 나와 국민의 귀를 따갑게 하는 것일까.

이명박 정부가 필요한 것은 공적에 선 후보자를 찾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이 사적에서 떠나 공적에서 일할 수 있는 공무원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것을 필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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