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비상대책 총연합회 회원들이 12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명도소송강제집행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12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비상대책 총연합회 회원들이 12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명도소송강제집행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12

현대화계획 따라 새시장 건축

구 시장 상인들, 이전 거부해

“높은 임대료 감당키 어렵다”

수협 “도매시장 역할 못 해”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우리는 단지 이익 때문이 아닙니다! 50년 전통을 가진 시장에 대한 애착 때문입니다!”

수협이 일부 상인들이 시장을 불법 점유하고 있다며 강제집행에 나선 12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노량진시장)에서 만난 상인은 “우리가 뭐가 아쉬워서 그러겠냐”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노량진시장은 현대화 계획에 따라 지난 2016년 새 시장을 건축했으나 일부 상인이 신 시장으로 이전을 거부하고 구 시장에서 장사를 계속하면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구 노량진시장에서 장사를 계속하는 상인들은 수협이 상인들을 속여 양해각서를 작성하고 새로 지은 건물도 시장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며 입주를 거부해 왔다.

이에 수협은 미입주 상인들 358명에게 명도소송을 제기해 178명에 대해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았다. 수협은 대법원 선고가 끝난 점포 중 93개소에 대해 이날 강제집행을 시도했다.

서울중앙지법 집행관들을 비롯한 법원 집행용역 150여명과 수협 직원 150여명은 오전 8시부터 강제집행을 시도했으나 구 노량진시장 상인들은 자동차로 가게 앞을 둘러싸며 저항했다.

이 대치 상황에 민주노점상연합회(민주노련) 회원들까지 가세하며 강제집행 인원들을 막아서며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어 강제집행 인원들이 구 노량진시장 안으로 진입하려하자 저항하는 상인들은 “용역 깡패 물러가라!”고 외치며 격하게 대립했다.

강제집행 인원들은 구 노량진시장 상인들의 완강한 반대로 1시간 30분 만에 뜻을 이루지 못하고 철수했다.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조합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명도소송강제집행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12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조합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명도소송강제집행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12

윤헌주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비상대책 총연합회(총연합회) 위원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이 시장을 지키겠다”며 “졸속으로 지어진 기형적 건물의 입주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구 노량진시장은 자연 채광·통풍이 되며 손님들이 사방팔방으로 들어올 수 있다”며 “반면 신 노량진시장은 성냥갑 같이 지어놔 상권이 평등하지 못하고 우열이 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통이 있는 구 노량진시장을 리모델링해서 상인들과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장으로 재탄생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차명규 총연합회 간사는 “신 노량진시장에 입주한 상인들도 더 이상 입주를 반대한다”며 “임대료를 견디기 못하고 많이들 떠난다”고 밝혔다.

구 노량진시장에서 어패류를 파는 진옥희(63, 여)씨는 “임대료 한 달에 100만원씩 내면서 생활품이나 도마 등을 놓고 살 수 없고 환기·하수도 안 된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성국(남, 어패류 판매)씨는 “물건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며 맛있어 보여야 사는 건데 칸칸이 분리시켜 놓고 무슨 장사가 되길 바라냐”며 “그러면서 임대료는 50만원이나 비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이 12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수협과 대화로 상생하자고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12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이 12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수협에 대화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12

이날 구 노량진시장에는 총연합회와 노선이 다른 집회도 열렸다.

이 집회에 참석한 윤미경(50대, 여)씨는 “여기는 고등어 5000짝을 한꺼번에 경매하지만 새 시장은 2000짝밖에 안 된다”면서도 “역사 있는 전통시장이 없어지는 게 아쉬워 입주를 거부할 뿐 이렇게 강경하게 대응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수협과 대화를 통해 상생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량진시장이 열린 1974년부터 장사를 했다는 정말순(84, 여)씨는 “상인들이 한데 뭉쳐도 시원찮은데 갈라지는 걸 보고 눈물이 났다”면서 “자식 다 키우고 아쉬운 게 없지만 이 시장은 수협 것이 아닌 서울시민의 것이기에 나섰다”고 밝혔다.

신 노량진시장에 입주한 상인들의 의견을 듣기엔 쉽지 않았다. 간신히 인터뷰에 응한 조윤진(64, 여)씨는 “구 노량진시장에서도 장사를 10여년 간 했다”며 “수협과 미입주 상인들이 잘 합의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조씨는 구 노량진시장의 철거를 바라지 않았다. 그는 “구 시장을 가면 천장을 바라보라”며 “천장에서 선선한 바람이 불 때면 앉아만 있어도 좋다”고 회상했다.

한편 수협은 상인들의 신 노량진시장 입주거부 장기화로 어민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강제집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수협 관계자는 “현재 노량진시장이 둘로 나뉜 탓에 수산물 판로가 위축됐고 중앙도매시장으로서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며 “신 노량진시장 종사자, 20만 어업민, 나아가 138만 수산민과 양질의 수산물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건립된 지 48년째인 구 노량진시장은 안전사고의 위험성도 제기되고 있다”며 “대중이 이용하는 시설로는 그 수명을 다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명도소송강제집행 반대 시위가 열린 12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의 천장이 보이는 내부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12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명도소송강제집행 반대 시위가 열린 12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의 천장이 보이는 내부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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