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산 넘어 산이다. 국군기무사령부가 이 정도가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명색이 국가안보 최일선에 있어야 할 국군기무사가 부패하고 무능한 국가권력을 좇아 촛불집회나 세월호 참사 부근에서 부적절한 임무를 수행했다면 이는 군 본연의 임무를 벗어난 것은 물론이요, ‘반헌법적 일탈’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여론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유린하는 작태라 하겠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11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충격과 실소를 금치 못할 문건들이 수두룩하다. 세월호 참사 직후 작성된 ‘세월호 관련 조치동정’ 문건을 보면 세월호 선체를 인양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을 확산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후속 조치들이 적시돼 있다. 민간 여객선 침몰에 대해 국군기무사가 나서서 선체 인양 문제를 거론하고 심지어 여론전까지 펼쳐야 한다는 식의 대응조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심지어 희생자들을 ‘수장(水葬)’시키는 방안까지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참으로 충격적인 일이다. 

국군기무사는 광화문 촛불집회 당시 계엄상황이 발생될 수 있다는 식의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이미 드러났다. 국정농단 세력을 퇴진시키고 민주화를 진전시키려는 국민의 외침에 국군기무사는 ‘군 투입’으로 맞대응 하려는 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1980년 광주항쟁의 피눈물이 아직도 선명한데도 국군기무사는 또다시 군 병력을 투입시켜 시민들의 함성을 짓밟겠다는 의도였을 것이다. 여기에는 탱크와 장갑차, 심지어 특전사를 동원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비록 현실화 되지는 않았지만 그런 계획이 논의되고 또 문건으로 작성됐다는 것만으로도 충격적인 일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계엄령을 검토한 그 문건의 지휘부가 어디까지인지, 문건 작성의 주도자가 누구인지를 명확히 밝혀내는 일이다. 그리고 그 죄상과 음모에 대해 일벌백계의 징벌로 대한민국 민주주의 수호의 의지를 재확인시켜야 한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국군기무사가 희생자들과 그 유가족들을 모독하는 언행을 일삼고 여론 조작까지 시도하려 했다면 그들을 어찌 대한민국 국군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마침 국방부가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 3월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으로부터 기무사가 촛불집회에 대응해 작년 3월 작성한 계엄령 검토 문건을 보고받고 외부 전문가에게 법리검토를 의뢰했다고 12일 밝혔다. 진실에 한 발 더 접근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번 사건을 맡은 특별수사단 전익수 단장의 어깨도 무겁다. 사건의 중대성과 국민적 관심을 고려할 때 사건의 전모를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사건의 엄중함을 강조하며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이번 기회에 국군기무사 안팎의 책임자들에 대한 엄중한 단죄를 통해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더욱 강화시켜야 할 것이며 동시에 국군기무사 전반에 대한 근본적 혁신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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