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민주당이 제1당이 된 지 1년 반이나 됐고 집권당이 된 지도 1년이 넘었다. 민주당은 한국 정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당이다. 하지만 민생을 위해 힘을 제대로 쓴다는 말은 들어 보지 못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 전만 해도 심심하다 싶으면 한 번씩 전월세 사는 사람들과 주택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이 혹할 수 있는 이야기를 던졌다. 지난 총선 때는 주거인권 확대와 주거안정을 위한 공약도 했다. 계약갱신권 보장과 전월세상한제 도입이 그것이다.

총선 이후 민주당은 주거공약을 까마득하게 까먹은 것 같다. 정치세력이 자신이 한 약속을 잊어버린다면 정체성을 버리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유권자에 대한 배신행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표 얻기 위해 주권자를 현혹한 것이라면 지탄받아 마땅하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치세력은 반드시 심판에 직면하게 돼 있다. 

세 사는 사람들은 현재 사는 셋집에서 ‘원할 때까지 계속 살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계약을 연장할 권리’, 곧 계속거주권(계약자동갱신권)을 보장하는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 이들 제도를 도입하지 않으면 세입자들은 주거권을 누릴 수 없고 주거안정도 가능하지 않다. 

촛불시민의 힘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왔지만 세입자는 아무런 변화를 못 느낀다. 박근혜 정부 때 그대로다. 서민들, 특히 ‘주택비소유자들’이 겪는 고통은 상상 불가다.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대다수 의원들이 주택과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들이다. 재산도 많고 수입도 많고 특권도 많아서 세입자와 홈리스의 아픔을 모른다. 자신들은 고통 받지 않아도 주거 문제로 고통 받는 세입자와 홈리스의 아픔을 대변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게 바로 목민관의 참모습이다. 

국회의원은 서민의 고통을 해결하는 데 앞장 설 용기가 없다면 그 자리에 왜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내가 왜 국회에 있는지’ 묻지 않는 국회의원이라면 임기 동안에 의미 있는 의정활동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오로지 배지를 달기 위해 국회의원이 되거나 가문의 영광을 위해 국회에 들어온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들어 온 뒤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권 도입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청와대 눈치만 살피는 모습이다. 자신이 스스로 한 약속도 잊고 세입자들의 외침에는 귀를 닫고 정부의 눈치만 보면서 몸 사리기를 하는 민주당과 의원들을 보면 온전한 정당 맞나 싶기도 하다. 주거철학은 물론 민생철학도 없고 소신도 없는 존재 아닌가 싶은 것이다.

정당은 정부와 달리 유권자의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대통령과 정부 주요 인사들은 대통령 임기 끝나면 떠날 사람들이다. 정당은 다르다. 다음 선거에 참여해야 하고 유권자의 심판에 직면하게 된다. 공약을 하고 지키지 않거나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는 모습을 유권자들은 반드시 기억한다. 

현재 세입자들은 계층 의식이 약한 편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어떤 계기가 오거나 어떤 시점에 이르면 자신의 위치에 대한 자각에 기초해서 계층 투표를 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2400만 세입자 대중을 무시하면 큰 코 다칠 수 있다. 

요즘 종부세 이야기가 한참이다. 종부세 논란에 세입자들은 마음이 편치 않다. 종부세를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크게 올리라고 말하기도 망설여진다.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보유세를 높이면 세 부담이 느는 임대인은 세입자에게 전가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전월세상한제나 공정임대료제도 도입 없이 보유세를 대폭 높인다면 세입자는 더욱 고통스러워질 것이다. 그래서 마음이 착잡하다. 

국회가 주거권을 실현할 수 있는 제도를 외면한 탓에 주거 불안이 계속되는 한국 사회다. 청년과 신혼부부, 도시빈민, 이주민을 포함한 모든 계층이 주거 문제 때문에 괴로운 상태다. 생애 주기마다 고통스럽다. 민주당이 서민 정당, 중산층 정당을 외치려거든 주거 공약부터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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