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쓸기

전병호(1953~ )

쓸어도 또 낙엽이 떨어지는데
아기 스님이 절 마당을 쓴다.

“또 떨어지는데 왜 쓸어요?”
“깨끗한 땅에 떨어지라고요.”


[시평]

가을날 떨어지는 낙엽은 가을의 정취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더 할 수 없는 낭만적인 것이 된다. 그러나 이 길을 쓸어야 하는 청소부들에게는 참으로 귀찮은 것이 아닐 수 없다. 쓸어도, 쓸어도 또 떨어져 거리로 흩어지는 낙엽. 방금 쓸고 나면, 또 떨어져 쌓이는 낙엽. 마당을 쓴다거나, 거리를 쓸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귀찮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절은 대체적으로 깊은 산속에 자리하고 있다. 나무가 많은 산속에 자리한 산사(山寺)이니, 그 떨어지는 낙엽 또한 얼마나 많겠는가. 이러한 절마당의 낙엽을 쓰는 일은 대체적으로 어리거나 젊은 스님들의 몫이다. 

마당을 묵묵히 쓰는 아기 스님에게 어느 실없는 시주 한 사람, 농 아닌 농을 던진다. “또 떨어지는데 왜 쓸어요?” 어디 그런 거 몰라서 스님은 마당을 쓸겠는가. 아기 스님의 대답은 천생 아기이며 또 스님이다. “깨끗한 땅에 떨어지라고요.”

그렇다. 스님의 마음은 그렇구나. 저 떨어지는 낙엽들, 지상으로 내려와 쌓일 때, 깨끗한 땅에 떨어지게 하려고. 비록 쓸어버려야 할 낙엽이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마음이 깨끗하면 더 좋은 일 아니겠는가. 무슨 일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는가가 참으로 중요하다. 깨끗하게 잘 쓸린 절마당 마냥, 깨끗하고 맑은 마음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그 태도, 참으로 소중한 마음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