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여 갈등.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남여 갈등.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페미니즘 아닌 여성우월주의”

“진정한 페미니즘, 동등 권리”

천주교 “신자에 대한 모독행위”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난 오로지 여성신만 믿는다. 여성 억압하는 종교들 다 치워야 한다. 천주교는 여성은 사제도 못하게 하고, 낙태죄 폐지 절대 안 된다고, 하고 여성인권 정책마다 시비 거는데 천주교를 왜 존중해줘야 하나?”

여성우월주의를 표방하는 커뮤니티 ‘워마드’의 ‘남성혐오’ 행태가 극으로 치닫고 있다. 일각에서는 워마드가 “극우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와 다를 게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밤부터 각종 포털사이트에는 ‘워마드(WOMAD)’ ‘성체’ 등의 키워드가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랭크됐다. 여성우월주의를 주장하는 사이트로 알려진 워마드에 ‘예수 XXX 불태웠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이날 워마드의 자유게시판에는 성체(聖體)를 불로 태운 사진과 예수를 조롱하는 글이 게재됐다. 글의 작성자는 성당에서 받아온 성체에 예수를 비방하는 욕설이 섞인 낙서를 하고, 불로 태워 그을린 사진을 함께 올렸다.

성체는 축성된 빵의 형상을 띠고 실제적으로, 본질적으로 현존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일컫는다. 천주교에서는 성체를 신성시하며 훼손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 게시물이 온라인에서 확산하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워마드 사이트 폐쇄를 촉구하는 청원이 쏟아지고 있다.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가의 기강과 물을 흐리는 페미, 워마드, 메갈 단체를 규제해주세요’ ‘워마드 성체 훼손 사건 수사 촉구’ 등의 청원이 연이어 올라왔다.

워마드는 페미니즘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파생된 페미니즘 사이트로 2016년 처음 개설됐다. 이들은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를 남성에게 똑같이 되돌려 주겠다는 이른바 ‘미러링(mirroring)’ 행위를 하고 있는데 미러링은 타인의 행동을 거울(mirror)에 비춘 것처럼 똑같이 따라 하는 것을 뜻한다.

워마드의 이 같은 활동방식은 양성평등을 추구하는 페미니즘보단 ‘남성혐오·여성우월주의’를 보여주고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워마드가 미러링을 빙자해 남성에 대한 더 많은 조롱과 혐오를 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7일 성차별을 규탄하며 서울 혜화역에서 열린 여성 시위에서도 “문재인, 재기해” 등의 극단적인 남성혐오 구호가 등장했다. ‘재기해’라는 표현은 2013년 서울 마포대교에서 투신했다가 숨진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의 사건에서 비롯된 표현으로 남성들을 향해 ‘투신해 죽으라’는 혐오와 조롱의 뜻을 갖고 있다.

이 같은 이들의 발언은 문 대통령이 지난 3일 홍익대 미대 누드모델 불법 촬영 사건에 대해 “편파수사가 아니다”라고 발언한 데 따른 것이었다. 시위 주최 측은 “‘재기해’의 재기는 (조롱의 뜻이 아니라) 사전적 의미”라고 설명했지만 당시 시위에 참석했던 일부 여성들 사이에서는 “도를 지나쳤다”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홍익대 몰카 사건 수사’로 촉발된 여성들의 항의 집회가 7일 오후 서울 혜화역 인근에서 세 번째로 열리고 있다. 앞서 시위는 지난 5월 19일과 지난달 9일 혜화역 인근에서 두 차례 진행된 바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7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홍익대 몰카 사건 수사’로 촉발된 여성들의 항의 집회가 7일 오후 서울 혜화역 인근에서 세 번째로 열리고 있다. 앞서 시위는 지난 5월 19일과 지난달 9일 혜화역 인근에서 두 차례 진행된 바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7

이와 관련해 남성 혐오와 여성 혐오 등 성 갈등이 아니라 서로 동등한 권리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의미 있는 페미니즘이 요구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은 “페미니즘을 쉽게 정의할 수는 없지만 워마드, 남성혐오 등 현재 문제시 되고 있는 부분만을 가지고 ‘모든 ‘페미니즘’이  다 저렇구나’라고 인식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페미니즘은 남성중심사회에서 들리지 않았던 여성의 목소리를 세상에 외치는 것”이라며 “페미니즘은 여성 그리고 모든 사회적 소수자들과 약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 모든 사람의 동등한 권리문제로 접근할 때 더 큰 힘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워마드 성체 훼손’ 논란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이번에 발생한 성체 모독과 훼손 사건은 천주교 신앙의 핵심 교리에 맞서는 것”이라며 “모든 천주교 신자에 대한 모독 행위”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천주교는 “거룩한 성체에 대한 믿음의 유무를 떠나서 종교인이 존귀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에 대한 공개적 모독 행위는 절대 묵과할 수 없다”며 “종교적 가치를 존중하는 모든 종교인에게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고 주장하는 것은 자유롭게 허용되지만, 그것이 보편적인 상식과 공동선에 어긋나는 사회악이라면 마땅히 비판받아야 하고, 법적인 처벌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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