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포커스] “임신 간호사 근로시간 단축, 제도 있어도 ‘그림의 떡’”
[피플&포커스] “임신 간호사 근로시간 단축, 제도 있어도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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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윤은정 정책국장이 ‘모성정원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12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윤은정 정책국장이 ‘모성정원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12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윤은정 정책국장
 

“사라지지 않는 ‘임신순번제’

자칫 순서 앞질렀다가 ‘태움’

‘모성정원제’ 인력 수급 필요

‘보건의료인력법’ 국회 계류”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병원의 갑질 및 직장 내 괴롭힘으로 간호사 등 여성 의료노동자들의 한숨이 짙다. 특히 여성이 70%이상인 병원에서 임신‧출산‧육아에 대한 모성보호는 최악 수준이라는 평가다. 정부의 출산장려 정책이 해마다 발표되지만 최소한의 법적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병원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다.

보건의료노조가 실시한 ‘2018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이내 임신, 출산을 경험한 여성응답자 6163명을 대상으로 ‘임신결정의 자율성’을 조사한 결과는 심각했다. 임신결정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견이 34.1%였다. 그 이유로는 ▲동료에게 업무가 가중되기 때문(50.4%) ▲부서 분위기상 눈치가 보여서(24.4%) ▲부서 내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 여성이 많아서(21.4%)로 대부분 인력부족이 주요 원인이었다. 사실상 ‘임신순번제’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다.

천지일보는 이같은 현실이 왜 발생하는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윤은정 정책국장을 만나서 의료노동자들의 실태를 들어봤다.

- 임신‧출산‧육아 등 장려를 위해 모성보호제가 시행되고 있는데 현장 상황은.

임신부의 보호를 위해 하루 2시간의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한 지 4년이 돼 가지만 아직도 병원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여성노동자들은 근로시간 단축은 고사하고 제시간에 퇴근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올해부터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제 18조3 난임치료휴가가 지난 5월 29일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이 또한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실제 여성노동자들의 근무 실태는 어떤가.

실제로 임신 12주내 36주 이후에 있는 임신부가 1일 근로시간 2시간 단축을 사용한 사례는 11.4%에 불과하다. 유급 태아검진시간 사용도 22.5%, 유급 수유시간 사용은 단 5.8%에 그쳤다. 임신부의 초과근무나 야간근무는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임신 중 초과근무 경험은 33.2%나 됐다. 야간근무 경험도 16.6%로 조사됐다. 심지어 임신출산 유경험자 중 유(사)산을 경험한 응답자도 1150명으로 전체 임신출산 유경험자의 31.3%나 됐다. 이들 중 법정 휴가를 사용하지 못했다는 응답자도 31.3%나 됐다.

- 이유가 뭐라고 보는가.

우리나라 전체 의료기관 중 간호사의 법적 기준을 준수하는 의료기관이 13.8%에 불과한 것과 연관돼 있다. OECD 국가들의 경우 인구 1000명당 평균 간호인력이 9.3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평균 4.8명(간호조무사 포함)으로 절반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듯 부족한 병원인력 문제는 숙련도가 높은 젊은 여성노동자가 출산과 육아의 부담으로 병원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임신순번제’가 병원사업장에서 없어지려면 무엇보다 병원인력이 충원되는 것이 시급하다. 매년 발생하는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한 수요를 예측해 모성보호에 필요한 인력을 미리 충원하는 ‘모성정원제’가 이제는 병원사업장에 정착돼야 한다.

- ‘모성정원제’란.

해마다 가임기 여성이 임신‧출산‧육아를 하게 될 것을 고려해 대학병원은 10~15%, 중소병원은 5~10% 미만 정도를 미리 뽑아서 교육을 시켜 놓는 제도다. 물론 대체 인력으로 예비되는 사람은 계속 부서를 옮길 가능성이 높아 전문성 부분에 있어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다른 의료노동자 입장에서는 마음 편하게 육아 휴직도 갈 수 있고, 출산휴가도 갈 수 있고, 임신순번제도 없어질 수 있다. 병원 측에서도 공백을 메울 수 있다.

- 그만큼 현장 상황이 심각한가.

일테면 가임기 간호사가 2명 있다고 할 때, 선배 간호사가 임신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후배 간호사가 먼저 임신을 해버리면 어떻게 되겠나. 선배 간호사는 또 기다려야 한다. 후배가 곱게 보이겠는가. 선배 입장에서는 1년을 기다리거나 임신을 위해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 온다. 둘다 임신하면 부서가 마비되기 때문이다. 순번을 돌아가면서 임신을 해도 문제다. 임신을 해서 공백기가 생기면 그 간호사가 하던 일을 주변 간호사들이 나눠서 짊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나이트 근무를 월 7번 했다면, 나머지 동료 간호사들이 그 나이트를 대신 서야 한다. 본의 아니게 업무가 많아지고 힘들어지면 구조적으로 ‘태움’ 즉 괴롭힘 현상이 생기게 된다. 인원이 추가돼도 자신의 업무를 감당하면서 또 새로운 간호사를 교육해야 하기 때문에 그 마저도 일이 된다.

- 원활한 인력 수급을 위한 대안으로 추진 중인 ‘보건의료인력특별법’은 어떤 법인가.

보건의료인력법은 우리나라 전체 의료기관의 인력을 해마다 전수조사해서 그 인력에 대한 총 파이와 현 실태에 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여유가 있는 인원을 부족한 쪽에 지원하는 등 조율하는 것이다. 이 자료를 현재 복지부가 갖고 있어야 하지만 없다. ‘헬스케어’라고 해서 5년에 한 번씩 조사하는 게 있지만, 그렇게 해서는 전체 인력을 알 수 없다. 복지부가 외주를 맡기든, 직접 인력원을 조직하든 방법을 써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병원에 들어가는 총 파이, 향후 몇년 동안 몇명의 의사, 간호사가 필요한지 이에 따란 장기계획은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에 대해 적절하게 컨트롤 하고 제도적으로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정부가 지원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지만 아직 통과되지는 않았다.

- 성심병원 사태로 가동됐던 ‘간호사인권센터’에 대한 반응은.

사실 센터를 운영하는 대한간호사협회의 집행부나 이사, 대표진들이 다 간호대 교수다. 현장의 평 간호사들의 입장을 대변하기가 어렵다는 평가다. 또 집행부에는 대학병원 간호부장들이 있다. 사측의 입장이 강하지 노측의 입장이 대변되지 않는다. 인권센터가 있어도 쉽게 다가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노조에서 별도로 ‘병원119’를 운영해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인권센터는 정부가 관련부서에서 직접 운영하거나, 노조와 함께 사회적 대화기구를 꾸려서 각각의 단체과 함께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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