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상감시문표형주자. 금으로 만든 술병보다 지금 청자 주자에 술이 가득 담겨 있으니 술자리가 끝이 없다는 내용의 시가 새겨져 있다. (제공: 강진군)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11
청자상감시문표형주자. 금으로 만든 술병보다 지금 청자 주자에 술이 가득 담겨 있으니 술자리가 끝이 없다는 내용의 시가 새겨져 있다. (제공: 강진군)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11

[천지일보=김미정 기자] ‘고려시대 사람들이 어떠한 그릇에 술과 차를 담아 마셨을까’하는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전시가 강진군에서 열린다.

강진군 고려청자박물관이 ‘흥과 향에 취하다’라는 주제로 오는 18일부터 9월 16일까지 청자 주자(注子) 특별전을 진행한다. 전시 첫날인 18일 오후 3시에 박물관 시청각실에서 개막식을 개최한다.

고려청자박물관은 작년 매병(梅甁) 특별전에 이어 주전자로 불리는 주자 중에서도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진귀한 형태의 주자들을 모아 특별전을 기획했다. 주자라고 하는 종류만을 모아 특별전을 개최하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청주박물관·전주박물관·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목포대박물관 등에서 대여한 유물 20여점이 전시된다. 주자는 매병과 함께 주로 무덤에서 출토된 것이 지금까지 전해져 오는 경우가 많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충청북도 단양과 충주, 전남 장흥 등 고려시대 토광묘·석곽묘에서 출토된 주자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고려시대 무덤에서는 주자와 잔, 잔 받침, 항아리 등이 세트로 발굴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강진 청자요지에서 만든 것이 확실하게 밝혀진 충남 태안 해저 출수 참외 모양 주자도 전시된다. 고려시대 주자는 술이나 차를 담아 잔에 따르는 용도로 사용됐다. 발(鉢) 모양의 받침까지 세트를 구성하는 경우에는 이 받침(승반)에 따뜻한 물을 넣어 주자에 담긴 술이나 차가 식지 않게 사용했다.

마실 수 있는 음료를 담는 그릇이기 때문에 음식기로서 오랫동안 사용됐고 다양한 형태로도 만들어졌기 때문에 형태도 문양도 가지각색이다. 전시주제처럼 주자에 담긴 술이나 차를 마시면서 흥과 향에 취했을 선인들의 감흥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몸체 형태가 참외, 표주박 모양인 경우도 있고, 병 모양에 손잡이와 액체가 흘러나오는 물길 역할을 하는 주구(注口)를 붙여 만든 예도 있다.

금은기, 청동기로 만든 주자와 형태가 비슷한 경우도 있는데 이런 주자들은 사자, 봉황, 도사(道士)와 같은 상형 장식이 있는 뚜껑과 승반(承盤)까지 갖추고 있어서 더욱 화려하다.

여기에 모란, 연꽃, 버드나무, 참외, 포도 문양이 표현되기도 하며 드물게 여뀌나 갈대가 단독으로 주문량이 되는 경우도 있다. 형태에 있어 중국의 영향을 일부 받기도 했지만, 주자의 형태를 거북이, 오리, 석류, 연꽃, 죽순 등으로 만든 것은 고려청자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이기도 하다.

특히 이 특별전에서는 보기 드물게 술과 관련된 시가 주자 몸체에 뚜렷하게 새겨진 주자도 관람할 수 있다. ‘술자리에서는 금으로 만든 병이든 청자로 만든 병이든 중요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 술이 가득 있으니 술자리가 끝날 줄 모른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는 주자다.

이승옥 강진군수는 “다양한 형태와 무늬를 보여주는 청자 주자가 대부분 우리 강진군 청자요지에서 생산된 것이 많다”면서“자연스럽게 문화유산에 대한 정보도 얻고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를 갖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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