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우유 번들, 9990원 브라질너트’
스페셜에만 있는 제품들로 벌써 입소문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매장 한쪽 끝에서 반대편 끝의 벽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탁 트인 매장. ‘줄서먹는 평생반찬’ ‘세상 달달한 과일’ 등 입에 착 붙는 코너명. 9990원 500g 브라질너트, 바나나맛우유 16개입 번들상품.
11일 정식 오픈 하루 전 방문한 ‘홈플러스 스페셜 목동점’에서 기존 홈플러스 점포와의 확실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창고형마트와 대형마트의 강점을 결합해 선보인 홈플러스 스페셜은 매장의 환경부터 변화를 줬다.
건물 외벽에 새 BI를 입힌 홈플러스 스페셜 목동점 지하 2층 매장 입구는 기존의 대형마트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하지만 입구부터 탁 트인 동선은 창고형 매장에 들어온 것 같은 인상을 줬다. “창고형으로 바뀌었나 봐”라는 고객들의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려왔다. 매대 간 간격을 기존 홈플러스 매장보다 많게는 22%까지 늘린 덕분이다.
매대 사이 간격은 창고형 할인점만큼이나 넓지만 매대별 높이는 기존의 대형마트 수준으로 평범한 키의 주부들도 꼭대기에 진열된 상품을 직접 집어들 수 있을 만했다. 매대 사이 좌우 공간이 넓어진 데다 물건을 높이 쌓지 않아 매대 윗 공간까지 넓게 트여있으니 기존 대형마트보다 훨씬 쾌적한 느낌에 상품들도 눈에 더 많이 담겼다. 이날 마트를 찾은 한 30대 주부는 “상품수를 줄였다고 들었는데 오히려 더 제품이 많아진 것같이 느껴진다”며 “매대 위에 붙어있는 그림 간판만 보고 쉽게 제품을 찾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쇼핑 동선이 넓어진 만큼 매대 면적은 과감히 줄였다. 이에 따라 판매 상품 종류도 고객이 가장 많이 찾는 상품을 중심으로 기존 2만2000여 종에서 1만7000여 종으로 줄였다. 제품별 무게별 종류를 줄이는 방식을 택했다. 기존에는 한가지 상품이더라도 300g, 500g, 700g, 1㎏ 등 다양한 용량을 매대에 모두 진열했지만 스페셜에는 2가지로 용량만 진열하는 식이다. 대신 브랜드수는 유지해 대형마트와 비교해도 제품 종류가 부족하지 않도록 했다.
김웅 홈플러스 상품부문장(전무)은 “홈플러스 스페셜 매장을 찾은 고객들도 넓어진 동선에 크게 만족한다는 반응이 대다수”라며 “게다가 베스트셀링 상품을 중심으로 판매하다 보니 상품 종류가 줄었지만 오히려 필요한 상품을 고르기 수월해졌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진열방식도 바꿨다. 기존 냉동상품은 바닥에 놓여있는 진열대에서 허리를 숙여 제품을 집어야 했지만 이제는 냉장고처럼 생긴 ‘리치인’을 도입해 제품을 서서 확인하고 살 수 있게 했다. 이 같은 진열 방식은 홈플러스가 지난해 주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FGI(Focus Group Interview, 표적집단면접) 결과에 따른 것이다. 오직 대용량 상품만을 판매하는 창고형 할인점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양이 담겨있는 신선식품 구매를 꺼려해 창고형 할인점에서 쇼핑한 후에도 간단한 찬거리를 사러 별도로 집 앞 대형마트를 찾는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카트도 2가지를 도입했다. 대형마트에서 많이 쓰이는 180ℓ와 창고형에서 많이 쓰이는 330ℓ를 동시에 준비해뒀다. 상품에서의 변화도 눈에 들어왔다. 대형마트에서는 소용량 낱개포장만 진열돼 있고, 창고형에서는 박스형만 볼 수 있지만 홈플러스 스페셜에서는 박스형과 낱개포장 상품들의 한 매대에 같이 진열돼 있었다. 상단에는 기존의 대형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었던 소용량 낱개포장 상품들이, 매대 하단에는 초가성비의 대용량 상품이나 오직 홈플러스에서만 단독 판매하는 차별화 상품들이 진열돼있는 식이다. 쇼핑 중인 고객들이 매대 상단과 하단을 비교하며 필요한 상품을 고르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오직 ‘홈플러스 스페셜’에서만 단독으로 선보이는 차별화 상품 수는 2400여종에 달했다. 이중 오픈과 함께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들도 상당했다. 바나나맛우유 16개가 한 박스에 담겨있는 제품이나 9900원짜리 500g 브라질너트, 카스 캔맥주 24개입, 햇반 24개입 등은 홈플러스 스페셜 전용 상품이다.
매장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주류코너에서는 330여종의 세계맥주와 170여종의 와인이 고급스럽게 진열돼있다. 모두 홈플러스가 소싱에 강점을 갖고 있는 상품들인 만큼 다른 대형마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단독 판매 상품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특히 여름철 인기 상품인 맥주도 낱개 구매와 박스 구매 모두 가능하도록 했다.
주류매대 옆에는 생수와 대용량 휴지 등이 팔렛트 위에 진열돼있었다. 다른 상품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생수처럼 무게가 많이 나가거나 대용량 휴지처럼 부피가 큰 상품의 경우에는 고객들이 팔렛트 내 상품을 모두 구입해 소진될 때까지 추가 진열을 자제한다.
유럽의 초저가 슈퍼마켓 체인 ‘알디’와 ‘리들’의 운영방식에서 벤치마킹해 직원의 업무강도를 줄인 것이다. 기존 대형마트에서는 매대에 진열된 상품이 조금만 비어도 점포 직원들이 상품을 채워 넣는 속칭 ‘까대기’ 작업을 수시로 진행해왔는데, 홈플러스 스페셜 매장에서는 이런 업무를 대폭 줄이고, 대부분 상품을 박스 단위 진열(RRP, Ready to Retail Package) 또는 팔레트 진열 방식으로 바꿨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점포 직원들이 하루에도 수십차례 창고와 매장을 오가며 4만~5만개 상품을 진열하던 작업 부담이 많게는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수산, 축산 코너에 접어들자 유리벽 너머로 직원들이 신선식품을 손질하는 모습이 훤히 보였다. 오픈형으로 꾸며진 베이커리에서도 직원들이 직접 빵을 반죽하고 구워내고 있었다. 현장에서 직원들이 직접 제품을 손질하고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자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 매출 상승으로도 이어졌다. 김 전무는 “홈플러스 스페셜 대구점 오픈 당시 베이커리의 대표상품 중 하나였던 ‘머핀(6입)’과 ‘디너롤’(모닝빵)이 불과 오후 4시에 당일 물량이 완판됐을 정도로 고객들의 인기가 높았다”고 말했다.
축산과 수산은 기존 대면판매 방식을 사전포장(Pre-Package) 방식으로 바꿨다. 오전 중에 당일 판매분량 만큼 미리 가공 및 포장을 완료해 놓고 오후 6시쯤 마감 때까지 필요한 물량을 추가로 확인해 채워 넣는 식이다. 직원들이 수시로 생선을 잘라주거나 삼겹살을 포장해주는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함이다. 깔끔하게 포장된 제품의 용량도 소용량과 대용량 모두 준비돼 선택의 폭을 넓혀 놨다.
패션코너에서는 옷걸이 상단에 걸려있는 사이즈 표시가 없었다. 의류코너도 RRP 방식을 정용해 진열 자체를 사이즈별로 진열했다. 직원들이 사이즈별로 분류해서 사이즈마다 일정 물량만큼의 수량을 유지하며 진열하는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창고에 별도의 재고를 보관하지 않고 사이즈별로 모든 재고가 매장 내에 비치돼있기 때문에 특정 인기 사이즈가 일찍 동이 나 직원에게 창고 상품을 꺼내 달라고 요구할 일이 없어졌다.
김 전무는 “지난달 말에 먼저 오픈한 홈플러스 스페셜 대구점과 서부산점보다 심플해진 운영방식으로 인해 직원 만족도가 좋았다”며 “보다 넓어진 동선과 효율성이 강조된 진열방식이 직원들의 피로도를 덜고 나아가서는 ‘워라밸’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