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 15년간 표류한 국가재난통신망 구축, 이번에는 제대로 추진해야
[IT 칼럼] 15년간 표류한 국가재난통신망 구축, 이번에는 제대로 추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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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국가재난안전통신망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다가 마침내 본 사업을 시작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7월초 재난망사업을 위한 사전 규격을 발표했다. 사업 규모는 총 1조 7000억원이다. 단말비 등을 제외한 9000억원 규모의 재난망 구축, 운영사업자를 선정해 오는 9월에 본 사업을 착수한다. 본 사업 기간은 올해부터 2020년까지 3년이며, 운영은 2019~2025년 7년이다. 전국을 A, B, C구역 3단계로 나눠 추진할 계획이다. A사업구역(대전, 세종, 충남, 대구, 경북, 제주, 서울), B사업구역(강원, 광주, 전북, 전남, 경기), C사업구역(충북, 부산, 울산, 경남, 인천)으로 나눠 각각 3단계로 추진한다.

본 사업은 한 사업구역을 수주하면 운영까지 책임지는 데다 한 사업자가 A·B·C 사업구역을 독식할 수 있기 때문에 업체 간 이합집산과 혈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운영센터(서울·대구) 설치가 포함되고 사업 규모가 4026억원으로 가장 큰 A사업지역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발주 방식은 각 단계를 여러 개 사업지역으로 나눠 동시 발주하는 방식이다. 공정 경쟁을 유도하는 동시에 참여기회를 확대한다는 취지에서다. 연도별로 사업자를 선정 시 품질 저하나 운영상 문제가 생길 위험도 있다. 따라서 안정성 확보를 위해 단계별로 사업을 발주하지 않고 한 사업자가 선정되면 재난망 구축 이후의 운영까지 맡게 했다.

재난망은 경찰, 소방, 해경, 지방자치단체 등 33개 재난 관련 기관들의 각각 다른 재난통신망을 단일 통신망으로 구축하는 게 목표다. 따라서 재난망이 구축되면 전국 재난안전 기관 모두 동일한 700㎒ 대역 통신망을 활용, 재난 상황 시 일사불란한 지휘 체계를 갖추게 된다. 사진·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 재난 대응 효율성도 높아진다. 과거 재난 발생 시마다 경찰청, 소방서, 지방자치단체 등 여러 기관으로 나뉘어 상호 불통으로 혼선을 빚는 아찔한 상황은 사라진다. 세계 처음으로 개발한 공공안전 LTE(PS-LTE) 기술을 전국망에서 검증함으로 수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논의 과정에서 사업 확정까지의 정책과정의 후진성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재난망 사업 추진이 시작된 것은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가 발생한 이후였다. 재난, 재해 구조, 구조기관들이 통일된 통신망을 구축해 일관된 구조·구호 체제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 이후 경제적 타당성 검토, 기술방식 논란, 비용 문제, 부처 간 알력 등으로 정책결정과 백지화, 재추진이 수차례 번복됐다.

이러한 갈등으로 허송세월만 보내다가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또 다시 우왕좌왕하다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같은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이는 구조 활동을 담당하는 해군, 해경, 지자체 및 민간단체 등이 통일되고 일관된 통신 체제를 갖추지 못했던 것이 큰 요인 중 하나였다.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급물살을 탔지만 혈세 낭비 논란으로 다시 4년을 허비했다. 재난망 구축이 늦어지면서 각종사고와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 발생으로 국민 안전과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재난망이 구축돼 있었더라면 사전에 예방했거나 최소한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동안 국민 안전과 국가 재정을 담보로 하여 소모전을 벌인 격이다.

재난망은 여러 부처가 관련되고 업계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며 1조원이 넘는 초대형 프로젝트이다. 차제에 정책 결정과 번복으로 15년이란 장기간 표류한 원인과 국가와 국민에게 끼친 폐해를 조사하고 분석해 백서를 발간해야 한다. 재난망 구축 논의 과정에서 빚은 후진성은 앞으로 있을 국가 대형 프로젝트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이번만큼은 재난망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돼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재난, 재해 대응 체제를 갖추기를 기대한다. 정부는 늦었지만 이제라도 국재난통신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차질 없이 마무리해야 한다. 또한 중소업체의 참여를 확대하고 산업 생태계를 공고히 하며 국가 경쟁력을 높인다는 공익적 측면을 깊이 고려해야 한다. 재난망은 경제성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우선이다. 업계도 수익성보다는 국민의 안전과 편익을 위한 망 구축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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