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9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출처: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9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된 지 한 달째로 접어든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의 불똥이 북미 간 비핵화 협상까지 튀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세번째 방북에서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자 ‘중국 배후론’을 다시 꺼내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에 대한 신뢰를 표현하면서도 중국에 대해서는 ‘반면’이라면서 “대중 무역에 대한 우리의 태도 때문에 협상에 부정적 압력을 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길 바란다!”며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간 6∼7일(한국시간) 북미 고위급 협상 이후 나온 첫 공개적 반응이다.

‘포스트 싱가포르’ 협상이 기대만큼 속도가 붙지 않는 데에는 중국이 북한을 움직이며 협상을 방해하는 ‘보이지 않은 손’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공화당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사우스 캐롤라이나) 상원의원도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 전체에 뻗쳐있는 중국의 손을 본다”며 “중국이 북한에 강경한 노선을 취하라고 압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 중에 ‘중국 배후론’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상회담 전인 지난 5월 김 위원장의 2차 방중 후 북한이 돌연 강경 태도로 돌변했을 때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배후론을 공개석상에서 언급한 바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북중 밀착은 비핵화 방정식을 한층 더 복잡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가 불가피한 부분이다. ‘혈맹’인 중국을 등에 업고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북한과 막강한 대북 영향력을 발판 삼아 무역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정상회담 이후 김 위원장이 3차방중에 나선 것을 두고도 후속협상이 예상보다 늦어진 데에는 중국 변수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미국 조야에서 고개를 들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양국간의 무역갈등이 최정점에 달한 시점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그 결을 달리한다.

미국은 지난 6일 중국산 수입품 500억 달러(약 56조원) 중 340억 달러(약 38조원) 규모의 818개 품목에 대해 25% 관세 부과 조치를 발동했다. 나머지 160억 달러어치, 284개 품목에 대해서도 2주 이내에 관세가 매겨질 예정이다.

이에 맞서 중국도 반격에 나서겠다며 벼르고 있다. 미국산 수입제품 500억 달러 가운데 농산품, 자동차, 수산물 등 340억 달러 규모의 545개 품목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향해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은 일단 미중간 무역전쟁이 북미협상 국면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최소화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밀착관계를 보이는 북한과 중국간 균열을 시도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또 북한에 대해서는 ‘중국의 페이스에 끌려다니지 말라’는 우회적 압박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무역과 비핵화 문제가 엉킨 양국간 힘겨루기 과정에서 미국측 셈법을 복잡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는 ‘대북 제재’다. 대북 제재에 동참하며 미국 주도의 ‘최대 압박 작전’이 효력을 발휘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중국이 이번에는 제재 이완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선 제재가 하나의 카드가 될 수 있다.

9일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북미간 비핵화 합의 이행의 갈등에 대해 “중국과는 관련이 없다”이 없다며 부인하고 나섰으나 무역전쟁과 북한의 비핵화를 둘러싼 미중 양국의 힘겨루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