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스님이 10일 6시 10분경 호법부장 진우스님을 비롯한 6~7명의 스님을 대동해 설조스님의 단식정진단인 서울 종로구 조계사 우정공터를 방문했다. (제공: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
설정스님이 10일 6시 10분경 호법부장 진우스님을 비롯한 6~7명의 스님을 대동해 설조스님의 단식정진단인 서울 종로구 조계사 우정공터를 방문했다. (제공: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

설조스님 단식 천막 ‘새벽’ 방문해 회유

“한두 명 바뀐다고 종단 달라지겠나”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설정스님이 10일 단식 21째 접어든 설조스님을 찾았다. 오전 6시 10분경, 새벽 채비를 하고 나온 설정스님은 조계사 인근 우정공원에 설치된 단촐한 천막에 걸음했다.

설정스님이 단식 후 20여일이 지나 설조스님을 방문했고,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는 새벽에 발걸음을 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사실 설조스님의 단식 선언 후 수많은 불교단체들이 지지에 나서고 성명을 쏟아냈지만 설정스님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움직이지 않고는 커져가는 비난을 잠재울 수 없는 분위기가 되고 있다. 그동안 설조스님의 단식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던 소위 ‘주류 언론들’이 뒤늦게 부랴부랴 보도에 나섰기 때문이다.

주류 언론들이 움직인 이유는 간단했다. 언론계 대선배의 따끔한 지적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1일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88세의 설조스님이 단식에 나선 사연을 전하며 언론들의 보도행태에 일침을 가했다.

김 이사장은 “설조스님의 단식이 12일 째로 접어든 7월 1일 현재까지 한국사회의 주류언론으로 불리는 신문과 방송 그 어디에도 이 의미심장한 사건에 관한 보도는 전혀 없었다”며 “주류언론이 ‘침묵의 카르텔’이 아니라 ‘묵살의 카르텔’로 일관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설조스님도 김 이사장과의 만남에서 “사회는 언론이 있고 야당이 있고 지식인이 있지만, 우리 종단에는 어른이 없고 언론이 없고 특별한 무엇이 있기 전에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의 촌철살인 이후 덩치 큰 언론들이 하나둘 움직였다. 설조스님의 단식이 시작된 지 보름도 넘어서였다. 종도들은 이같은 배경 때문에 설정스님의 이번 방문을 곱게 보지 않고 있다.

실제 설정스님은 이번 회동에서 “한두 명이 바뀐다고 달라질 종단이 아니지 않은가”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물러나거나) 하지 않겠느냐”는 등 설조스님에게 단식 중단을 요청하면서도 자신의 기존 입장에서는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하지만 설조스님도 “(설정) 스님이 물러나고 종단의 변화가 있어야 단식을 중단할 수 있다”며 “논란의 당사자들이 책임지고 물러난 뒤 근본적인 개혁을 함께 논의해보자. 그때 단식을 중단하겠다”고 답변하는 등 강수로 맞섰다.

부정맥 출현 등 설조스님의 건강이 나날이 악화되는 가운데 설정스님의 이번 방문이 추후 조계종단 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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