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에 사용한 둔기. (제공: 부산 해운대경찰서)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8
범행에 사용한 둔기. (제공: 부산 해운대경찰서)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8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지난 2일 부산 해운대의 한 주택에 강도가 들어 70대 노인이 숨진 살인사건이 돈 문제로 갈등을 빚던 아내의 청부살인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은 당시 강도살인 사건으로 봤지만 강도짓은 연극이었으며 40년 동안 결혼생활을 해온 아내가 평소 알고 지낸 지인과 치밀하게 범행을 모의한 청부살인으로 사건 발생 6일 만에 세상에 전모가 드러났다.

지난 2일 오후 5시 20분께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에 있는 한 건물 3층 주택에 침입한 A씨는 열려있는 출입문으로 들어가 집에 있던 B(70)씨와 B씨 부인을 넥타이로 각각 결박하고 B씨를 흉기와 둔기로 수차례 찌르고 머리를 수차례 때리는 등 무참히 살해했다.

이어 A씨는 오후 6시경 귀가한 B씨의 딸을 흉기로 위협하고 같은 수법으로 결박한 뒤 240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청부살해 후 도주하는 용의자를 포착한 블랙박스 영상. (제공: 부산 해운대경찰서)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8
청부살해 후 도주하는 용의자를 포착한 블랙박스 영상. (제공: 부산 해운대경찰서)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8

강도가 아버지를 살해하고 도주했다는 피해자 딸의 112 신고로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시신을 살펴본 경찰은 피해자 배와 머리에서 흉기와 둔기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다발성 손상을 발견했다.

경찰은 피해자의 부인 C씨를 상대로 한 피해자 조사에서 결박 장소·방법과 관련해 진술의 신빙성이 없고 추가 수사에도 C씨가 비협조적인 자세를 보이는 점을 수상히 여겼다.

C씨는 경찰이 사건 발생 당시 입었던 옷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혈흔 반응을 의뢰하는 등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불안해하던 C씨는 가족들에게 범행 일부를 털어놓고 지난 6일 오후 자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시각 해운대경찰서 형사과장 등 60명으로 구성된 수사 전담반은 현장 CCTV 영상자료·통화내역 등 수사를 통해 살인청부를 받은 A씨를 검거했다.

8일 해운대경찰서에 따르면 살인을 청부받은 A(45)씨는 갈등이 있던 남편을 살해하는 대가로 C씨에게 8000만원을 약속받았으며 착수금 4000만원을 받고 범행을 계획했다.

처음 A씨는 지난 3월과 6월 사이 2회에 걸쳐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해하려 했지만 마땅한 범행 장소를 찾지 못해 범행을 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최근 C씨가 피해자와 금전 문제로 크게 다툰 후 주거지에서 강도로 위장해 살해하기로 계획을 다시 세우고 지난 2일 오후 5시 20분께 C씨가 열어둔 현관문을 통해 침입한 A씨는 미리 준비해 온 흉기로 잠을 자던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했다.

경찰 관계자는 “C씨가 결혼생활을 하면서 남편으로부터 사사건건 잔소리를 듣고 억눌려 생활하면서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사건 발생 전에 남편이 부인에게 누구에게 돈을 줬느냐고 고함을 치는 등 압박을 가해 이런 비극이 발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 및 범행도구를 수색하고 추가 조력자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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