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평론] 장마철 궂은비에 ‘안전 욕구’를 떠올리다
[아침평론] 장마철 궂은비에 ‘안전 욕구’를 떠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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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라곤 논설실장/시인

 

장마철이 시작되면 많은 사람들이 날씨에 관심 갖게 마련이다. 겹쳐서 태풍이라도 오게 된다면 ‘오늘 날씨가 어떤지’ 기상 상황을 파악하느라 바쁘다. 여름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리면 언제 끝이 날까 기다려지는데 피해 없이 지나가면 얼마나 다행인가. 지난달 말에 발생했던 제7호 태풍 쁘라삐룬(PRAPIROON)이 우리나라를 통과할 것이라는 당초 예고로 걱정 많았던바 태풍이 서귀포 동편 해상을 지나 부산앞바다로 해서 일본으로 방향을 튼 것은 다행이다.

중형급 태풍 ‘비의 신’ 쁘라삐룬이 장마 폭우와 겹쳐지면서 세력이 커져 제주도 등 일부지방에서 피해가 난바, 한명이 실종하고 약간의 재산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하지만 일본을 통과하면서 또 태풍소멸 후 이어 닥친 폭우로 인해 일본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장마기에는 해상에서 많은 수증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특히 일본에서는 폭우 피해가 큰데, 들리는 바로는 6일에는 히로시마현 등 서남부와 중부 지역을 중심으로 기상청 관측이후 최고 수치인 650㎜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60여명이 숨지고 80명 이상이 행방불명됐다고 한다. 

이처럼 장마기에다가 태풍이 발생하는 시기에는 국민안전을 담당하는 재난 당국에서는 각별히 경계하면서 잘 대처하고 있어 든든하다. 필자는 과거 중앙정부에서 자연재난 대책업무를 수행한 적 있는데, 특히 태풍의 양상이 예전과는 많이 변했다. 예년 통계를 보면 통상적으로 태풍이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시기는 7~8월이고 평균 1~2회에 그쳤지만 요즘은 환경 영향인지 서너 차례가 발생한다. 또 여름뿐만이 아니라 봄이나 늦가을까지 찾아들고 있으니 재난당국의 예고와 기상특보에 유의하는 것이 재산과 생명을 지키는 국민안전 수칙일 것이다.  

자연재난과 인위적 재난은 언제 우리 앞에 닥칠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의 욕구가운데 당장 의식주 해결이 되면 그 다음단계의 욕구는 신체적 위험에 대한 공포로부터 벗어나려는 욕구, 즉 ‘안전 욕구’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마슬로우(1908~1970)는 인간의 욕구는 타고난 것으로 욕구 강도와 중요성에 따라 ‘욕구의 5단계설’ 이론을 강조했던바. 심리학이나 행정학 등에서 인용되고 있는 이 이론이 이제는 사회의 대중들에게도 일반화됐다.

마슬로우의 ‘욕구의 5단계’ 중에서도 ‘안전 욕구(Safety Needs)’는 위협 요소가 상시 존재하는 현대 산업사회에 들어와서 더욱 중요시 되고 있다. 자연재난과 더불어 인위적 재난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람들이 각자의 삶을 영위하면서 신체적, 생명적 안전이야말로 매우 긴요함을 자각한 것이다. 따라서 개인 스스로가 자신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지사이겠고, 국가·사회에서도 구성원 개인의 안전을 보호해야 할 기본적 책무야말로 중차대하다. 

여름장마가 시작되고 태풍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행정안전부의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이 국민안전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국민안전을 담보하는 노력들이 돋보인다. 평소에는 지나치다가도 폭우가 쏟아지고 번개가 치는 날에는 방재부서에서 고생하는 후배들의 모습들이 눈앞에 선하다. 그럴 때마다 그들의 노력으로 국민 피해가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얼마나 다행인가 생각해본다. 재난부서의 공무원들이 고민하는 것은 국민안전 문제가 우선이다. 

경험한바 필자는 확신할 수 있다. 태풍과 지진 등 자연적으로 발생되는 큰 재앙 자체를 인간이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막을 방도는 없겠지만 그 재난에 대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국민이 예방대책을 잘 세우고, 재난발생 전후 숙지하고 있는 국민행동요령을 잘 따르게 되면 피해가 최소화된다는 것을, 그렇게 확신하지만 자연재난의 위력은 엄청난 것이어서 세력이 더 큰 태풍, 강도가 더 센 지진을 만나게 되면 어찌될까하는 불안은 남아있다. 누누이 이야기해도 인간의 안전 욕구가 존재하듯 그에 기인하는 위험도 개인의 내심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최근 보도된 일본의 자연재난 관련 뉴스를 보고 필자는 놀랐다. 2011년 3월 11일 발생된 ‘동일본대지진’ 참사가 7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일부 지역은 복구 중이고, 아직 귀가하지 못한 이재민들이 7만여명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7일 오후에는 일본 동부 지바 현 근해에서 규모 6.0의 지진이 발생해 도쿄 중심지까지 흔들림이 감지돼 시민들이 놀랐으며, 6월 중순에도 오사카 지방에서 규모 6.1 강진이 발생한 데 이어 여진이 이어지고 있어 난카이 대지진의 전조가 아닌가 걱정하고 있는 일본인들이 많다고 하니 자연재난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경주지진과 포항지진 이후에 지진재난에 대한 우리 국민의 관심사가 높아졌다. 이 말은 곧 국민이 불안하다는 의미로 국민안전이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뜻일 게다. 일본처럼 재난대비 훈련이 잘됐어도 자연재난의 엄청난 피해가 따르는 현실에서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당위성이 주어진다. 장마철 궂은비에 떠오르는 것은 기본적 인간욕구, 역시 안전욕구의 잔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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