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있다는 것은 당이 완전체가 아닌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는 의미고 자연히 어려움이 따른다. 정상이라면 당헌·당규에 의해 당대표와 지도부가 주어진 임기까지 당을 책임지고 운영하게 되지만 당대표가 궐위가 돼 권한대행체제이거나 비대위를 가동하려는 정당은 당·내외에서 분란들도 많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특히 지난 지방선거 여파로 난파선 형색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정상적인 정당 체제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당 안팎에서 새어나오는 불협화음과 비대위 위원장 등 인적 구성을 놓고서도 설왕설래다. 

한국당이 비대위 구성을 위해 위원장 후보군을 공개모집했다. 아직까지 위원장 면면들이 속속들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공모다 보니 많은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당 출신 원로에서 중도, 심지어 진보성향을 보였던 인사에게까지 제1야당의 지휘봉을 맡길 요량이지만 당초 계획대로 진전이 안 되는 모양새다. 그런 판에 김성태 대표권한대행이 나서서 중증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에게 한국당 비대위원장직을 제안했다가 “역량이 부족하다”며 제안을 거절당한 것이 알려져 또 세간의 화젯거리가 되면서 정치인뿐만 아니라 일반인 사이에서도 희화화되고 있다. 

이 건과 관련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설전이 한편의 코미디로 보인다. 김 권한대행의 제의가 거절당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바른미래당에서는 “정치적 중증 상태의 한국당이 중증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에게 비대위원장직을 제안했다 거절당했다는 보도는 국민적 실소를 자아낸다”고 밝히면서 가뜩이나 바쁜 유명인사를 더 이상 괴롭히지 말고 해산하라는 논평을 냈다. 이에 한국당에서는 “존재감마저 희미해져서 가만 놔둬도 없어질 처지에 있는 바른미래당이 한가롭게 다른 당의 비대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공방전을 이어가고 있는 정치 현실이다.

국회 후반기 원 구성과 향후 전개될 개헌 논의 등에서 보조를 맞춰야 할 야당이 선거 참패를 딛고 일어서서 당 재건으로 민심을 얻어야 할 처지에 동병상련 마음은 어디에 가고 서로 삿대질하는지 국민은 냉소하며, 이것이 야당 간 협치의 길인지 의아해하고 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각기 정당이 비대위 구성과 개혁으로 각자도생해야 할 입장에 내정 간섭 같은 비판은 정도가 아니다. 여당이 주도권 잡은 정국에서 야당끼리라도 상호 협력해야 될 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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