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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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아이디어를 내면서 좋은 결과를 만드는 사람들끼리 자주 이야기한다. 틀을 깨자, 틀을 깨지 않으면 아무리 시간을 보내도 별 볼일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이구동성 틀을 깨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외친다. 하지만 쉽지 않다. 틀만 깨면 되는데 그게 안 된다. 

혹시 틀 속에 또 틀이 있는 것은 아닐까? 틀 속에 구렁이가 백 마리쯤 들어 있어 생각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왜 안 되는 것일까?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의 프레임이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의 면모를 받아들일 때 모든 면이 다 좋지만 딱 한가지 그것만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결국은 곁으로 보이는 수많은 가벼운 것들은 쉽게 벗어 던지면서 정작 깨부수어야 할 것만큼은 온전히 간직하고 있다. 그것이 자신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손아귀에서 놓아두지 않는다. 공수래공수거라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가 알몸으로 왔다가 알몸으로 가는데 무엇을 고집할 것이 있겠는가? 그래도 그것만큼은 안 된다는 것이 꼭 있다. 내가 용납할 수 없는 것을 남들에게도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아닐지?

일이 없을 때 일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부탁하면 들어주지 않는다. 때는 이미 늦었다. 일이 없기 전부터 그들에게 베풀어야 아쉬운 소리가 절실하게 들리는 것이다. 그래도 내 속에는 고기가 항상 있다. 그 고기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 그래서 매번 고기만 그리고 있다. 깨고 또 깨도 물고기만 그리고 있다. 그것을 깨지 못하고 계속 고기만 그리고 있다. 아직도 미련이 많이 남은 것이 아닌지….

겉모습만 계속 변화하고 속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본다. 아쉽지만 아직도 물고기는 포위당하고 스스로에게 만족하면서 지내고 있다. 별 볼일 없지만 그것이 전부이고 그것이 없으면 다 없는 것 같고 마치 나의 생이 끝나는 것 같아서 그대 두고 다짐해본다. 다시 태어나면 꼭 다른 것을 그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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