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비핵화 시간표 진전 이뤘다”
北 “美태도 유감… 일방적 비핵화 요구”
김정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 전달
북미간 대화국면 유지 의지 나타낸 듯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열린 고위급 협상에서 북미 양측이 뚜렷한 입장차를 나타냈다.
6일부터 이틀간에 걸쳐 열린 이번 협상에서 북한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비핵화를 요구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데 반해 미국은 비핵화 시간표에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전날 평양에 도착한 폼페이오 장관은 1박2일간 총 9시간에 걸쳐 김영철 부위원장과 밀도 있는 협상을 진행했다. 미국 측은 조속히 ‘비핵화 시간표’를 마련하고 핵신고·검증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북한은 측은 단계적 동시행동 원칙을 강조하며 반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7일 오후 평양 순안 국제공항에서 일본 도쿄로 향하는 전용기에 오르기 전 기자들에게 북한 핵미사일 시설 폐기와 비핵화시간표를 논의하는 데 “많은 시간(a good deal of time)”을 할애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논의의 모든 요소에서 우리는 진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며 북한과의 협상이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북한 측의 입장은 미국 측과 대조를 이뤘다.
북한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평양에서 떠난 직후 발표한 외무성 담화를 통해 “회담결과는 극히 우려스러운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미국 측이 조미(북미)수뇌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부합되게 건설적인 방안을 가지고 오리라고 생각했던 우리의 기대와 희망은 어리석다고 말할 정도로 순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러나 6일과 7일에 진행된 첫 조미 고위급회담에서 나타난 미국 측의 태도와 입장은 실로 유감스럽기 그지없는 것이었다”며 “미국 측은 싱가포르 수뇌 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배치되게 CVID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나왔다”고 비난했다.
특히 “이번 첫 조미고위급회담을 통해 조미사이의 신뢰는 더 공고화되기는커녕 오히려 확고부동했던 우리의 비핵화의지가 흔들릴 수 있는 위험한 국면에 직면하게 됐다”며 “미국은 우리의 선의와 인내심을 잘못 이해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1박2일간의 일정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면담이 성사되지 못했다. 앞선 두 차례의 당일치기 북한 방문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을 모두 만났지만, 이번에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음에도 김 위원장과의 면담이 불발된 것이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의 면담 불발이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보여준 미국 측 입장에 대한 북한의 불만 표시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김영철 부위원장을 통해 폼페이오 장관에게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친서를 전달한 것은 현재 북미간의 대화국면을 깨지는 않겠다는 의지가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