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홍익대 몰카 사건 수사’로 촉발된 여성들의 항의 집회가 7일 오후 서울 혜화역 인근에서 세 번째로 열리고 있다. 앞서 시위는 지난 5월 19일과 지난달 9일 혜화역 인근에서 두 차례 진행된 바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7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홍익대 몰카 사건 수사’로 촉발된 여성들의 항의 집회가 7일 오후 서울 혜화역 인근에서 세 번째로 열리고 있다. 앞서 시위는 지난 5월 19일과 지난달 9일 혜화역 인근에서 두 차례 진행된 바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7

3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 6만명 집결

“정부 대책 부실… 실질적 성차별 대책 마련하라”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많은 한국 남성들이 화장실 불법촬영물을 보는 이유 중 하나는 사회에서 잘 나가도 결국 몰카를 찍히는 여자를 보면서 우월감을 느끼는 이유에서라고 합니다! 우린 여자가 아닌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여성을 남성의 성적대상으로 여기는 인식에 항의 합니다!”

‘불법촬영 범죄를 제대로 수사해달라’는 여성들의 외침이 점차 커지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불편한용기’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혜화역 앞에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6만명(오후 6시 기준, 경찰 추산 1만 9000여명)이 참석한 이번 시위는 지난 5월과 지난달 9일에 이은 세 번째 시위다.

혜화역 시위는 홍익대 미대 수업 중 남성 누드모델의 사진을 촬영해 불법으로 유포한 여성을 경찰이 신속히 검거한 것에 대해 “경찰이 여성 편파수사를 하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처음 계획됐다.

이날 혜화역 1번 출구에서부터 이화 사거리까지 약 800m 거리는 ‘분노’의 뜻으로 붉은 옷을 입거나 모자, 선글라스 등 붉은색 아이템으로 무장한 여성들로 가득 찼다. 시위가 시작되자 이들은 ‘나의 일상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 ‘환멸 나는 대한민국’ 등의 글이 적힌 피켓을 들고 “찍는 놈도 올린 놈도 강력 처벌!” “여성경찰 9:1로 만들어라” “여성청장 임명하라” 등 구호를 연신 외쳤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홍익대 몰카 사건 수사’로 촉발된 여성들의 3차 항의 집회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진행되고 있다. 앞서 집회는 지난 5월 19일과 지난달 9일 혜화역 인근에서 두 차례 열렸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7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홍익대 몰카 사건 수사’로 촉발된 여성들의 3차 항의 집회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진행되고 있다. 앞서 집회는 지난 5월 19일과 지난달 9일 혜화역 인근에서 두 차례 열렸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7

주최 측 관계자는 “1차 집회 2만명, 2차 집회 4만 5000명이라는 한국 여성 시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인원이 모여서 불법촬영 편파수사를 한목소리로 규탄했지만 정부는 부실한 대책만 내놨다”며 “여성가족부가 최근 발표한 불법촬영 근절 대책에서는 피해자 지원 대책과 같은 구체적인 계획이 빠져있고, 검찰과 경찰은 수많은 여성의 호소에도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상적으로 불법촬영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대상화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 피해자가 됐을 때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는 무력감에 우리는 시달려 왔다”며 “7월 더위보다 더 뜨거운 우리의 분노를 저들에게 보여주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정부에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 촬영·유포·판매·구매자에 대한 강력 처벌 ▲여성 경찰관 90% 비율 임용 ▲여성 경찰청장 임명 ▲문무일 검찰총장 사퇴 ▲판검사 등 고위 관직 여성 임명 등을 요구했다.

특히 이날 집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최근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편파수사 논란’과 관련해 “일반적인 처리를 보면 남성 가해자가 구속되고 엄벌이 가해지는 비율이 더 높았다”며 “편파수사라는 말이 맞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큰일 날 것 같다. 문제 해결은 안 되면서 성별 간의 갈등과 혐오감만 커져 나가는 상황이 될 것 같다”며 “각별히 관심 가져 주기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주최 측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표방하고 표를 얻은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를 더이상 실망시키지 말아달라”며 “문 대통령은 성차별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즉각 마련하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2차 시위와 같이 이번 시위에서도 삭발식이 진행됐다. 삭발에 자원한 4명의 여성들의 머리카락이 잘려나갈 때마다 참가자들은 “상여자다!” “여자스럽다!”라고 외치며 환호를 보냈다. 삭발식을 진행한 주최 측 관계자는 “전 세계 모든 시위에서 삭발은 강력한 의지와 물러서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진다”며 “머리카락을 자름으로써 불법촬영 근절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보이겠다”고 밝혔다. 삭발에 참가한 한 참가자는 “여성들은 성적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남성들에게 선전포고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여성이라는 대상 안에 우리를 가두지 말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외 전국 각지에서 참가자들이 모여들었다. 경찰은 집회 신고 구역인 혜화역 1번 출구에서부터 이화 사거리까지의 총 4개 차로를 통제했다. 이번 시위에는 구간별로 무대를 보여주는 스크린 4대가 설치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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