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강수경 기자] 4일 제주에 입국한 예멘 난민인정 신청자들에 대한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제주출입국·외국인청. 법무부는 오는 10월까지 심사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6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4일 제주에 입국한 예멘 난민인정 신청자들에 대한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제주출입국·외국인청. 법무부는 오는 10월까지 심사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6

김세진 변호사 “난민 둘러싼 잘못된 정보 많아”

“예멘 난민 처한 상황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야”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난민과 이주민을 대변하는 법률가들의 모임인 공익법센터 어필의 김세진 변호사가 “정부가 남용적 난민만을 거르는 태도에서 벗어나 난민 심사 제도의 공정성과 면담 과정의 충실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난민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많다며 “난민 전체를 부정하는 듯한 분위기”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 변호사는 정부를 향해 예멘 난민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난민 면담 과정에서 충실한 면담이 되지 못한다며 “난민 심사를 신속하게 하는 점도 좋지만, 공정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난민 대책으로 발표한 난민심판원에 대해선 “법무부 주도 하에서 독립성과 공정성을 갖출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며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세진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6일 현재 63만명을 넘어섰다.

‘이슬람 포비아’ 등으로 인해 난민에 대해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다. 난민 범죄 등만 부각돼 오해하는 측면도 있다. 난민 전체를 부정하는 듯해서 우려된다. 예멘은 난민 상황도 아니라는 말도 있는데, 사실을 왜곡해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이분들이 한국에 왜 올 수밖에 없는지, 자국을 왜 떠날 수밖에 없는지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한다. 정부는 예멘 난민이 처한 상황에 대한 정보를 국민에게 제대로 제공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난민 500명이 왔을 때 출도 제한한다고 하는 등 전체적이고 장기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즉흥적으로 반응한 것도 잘못이다.

- 우리나라 난민 인정 비율이 매우 낮다고 하는데, 난민 관련 법·제도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난민 심사 단계의 면접 조사와 관련해 난민이 자신의 상황을 충분하게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주어지지 않는다. 면접 담당 공무원 질문에 단답형으로 답해야 해서 시간이 여유롭게 주어지지 않는다. 자신이 난민이란 생각은 있지만, 리걸 마인드(Legal mind)가 없고 어떤 부분을 어필해야 하는지를 잘 모른다. 그래서 난민에게 중요한 사실도 질문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면담 분위기도 고압적으로 이뤄질 때가 있다. 그러다 보니깐 자신에게 중요한 내용에 대해 질문하지 않으면 적극적으로 먼저 진술하기 어려운 구조다. 난민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고, 박해 위험이 있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물었으면 하는데, 남용적 난민이 아닌지에 대한 질문이 태반이다. 난민 신청 제도를 어떻게 알았는지, 취업 목적이 아닌지 등에 치중하는 느낌이 있다. 난민 면담 과정에서 충실한 면담이 되지 못하는 게 큰 문제점이다.

또 난민이 이의 신청 단계에서 이의 신청을 하는데, 난민에게 면담 기회가 다시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깐 1차 심사 단계에서 담당 공무원이 올리는 보고서를 보고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1차 심사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소송으로 가더라도 난민이 (자국에서 위협받고 있다는) 증거를 챙겨오기 어렵다. 경찰의 체포영장 등이 발부됐더라도 자국에 가서 영장 사본을 달라고 하기 어렵다. 난민이 자신의 상황을 입증하기 매우 어려운 것이다. 1차 심사 단계에서 면접 조사가 중요한데, 면접 조사가 충실하지 못하다 보니깐 소송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4일 제주도 시내의 한 호텔에 머무는 예멘 난민들이 점심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식당에 모인 후 논의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6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4일 제주도 시내의 한 호텔에 머무는 예멘 난민들이 점심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식당에 모인 후 논의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6

- 정부가 최근 난민심판원 설치 등의 대책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가 남용적 난민을 줄인다는 식으로 방향을 잡은 것처럼 난민법을 개정한다고 얘기한다. 예멘 난민은 남용적 난민이 될 수 없다. 법무부가 국민 간의 갈등을 이용해 보수적으로 운영했던 난민 제도를 더욱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데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난민 심사를 신속하게 하는 건 필요하지만, 신속보다 더 중요한 점이 공정하게 하는 것이다. 진짜 난민이 난민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부분을 더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남용적 난민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개정한다고 하거나 지나친 온정주의를 주의해 달라는 표현을 써서 국민 간의 갈등을 심화하게 만드는 것 아닌가. 난민심판원을 만들면 좋을 수도 있는데, 법무부 하에서 독립성과 공정성을 갖출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난민에 대해 인권적 관점보다는 출입국 통제의 관점으로 보는 것 같다. 난민심판원에 대한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난민에 대해 출입국 통제적 관점에서 남용적 난민을 거르는 데 치중하는 형태로 유지될까 걱정이다.

-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를 앞으로 어떻게 풀어야 하나.

왜곡된 정보로 인해 근거 없는 두려움을 갖는 국민이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팩트 체크를 잘해야 한다. 난민이 전혀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고 할 순 없지만, 난민 범죄율이 외국인보다 높지 않다. 난민 이슈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면이 있다. 우리 국민이 이런 부분에서 깨어 있었으면 좋겠다. 난민에 대한 올바른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 출입국 통제만의 관점이 아닌, 난민이 본국을 탈출할 수밖에 없는 그 나라의 상황을 알면 (국민의) 생각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도 남용적 난민만을 거르는 태도에서 벗어나 난민 심사 제도의 공정성과 면담 과정의 충실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책임져야 할 부분을 잘 책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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