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 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에서 지난 2일 숨진 기내식 협력업체 대표를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 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에서 지난 2일 숨진 기내식 협력업체 대표를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노 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 열어

광화문서 목숨 끊은 협력업체 윤모씨 추모

대한항공 직원들도 유니폼 입고 나와 연대

8일 같은 장소에서 2차 촛불집회 개최 예정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기내식 대란’이 벌어진 아시아나항공 등 금호아시아나그룹 직원들이 6일 서울 도심에서 경영진을 규탄하며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아시아나 직원연대는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집회를 열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퇴진 및 아시아나항공 경영진 교체, 기내식 정상화를 촉구했다.

이날 행사는 최근 기내식 지연에 따른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협력업체 대표 윤모씨의 명복을 기리기 위해 마련됐다. 이 때문에 이날 집회 참가자의 드레스코드는 회사 유니폼과 검은옷, 국화꽃이었다.

참석한 직원연대 300여명은 혹시 모를 불이익에 대비해 가이포크스 가면, 선글라스,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계단을 채웠다. 경쟁사인 대한항공 직원들도 자사 유니폼을 입고 나와 연대의 뜻을 표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우리가 함께, 바꾸자 아시아나’ ‘침묵하지 말자’ ‘승객·직원 굶기는 삼구 OUT’ 등의 피켓을 들고 나섰다.

이날 얼굴을 가리지 않고 나온 이기준 아시아나항공 객실승무원 사무장은 “정말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회사였는데 한 사람의 잘못된 의사결정과 그 사람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판단 실수로 기내식 대란을 맞았다”고 비판했다.

이 사무장은 이어 “이번 기내식 대란으로 손님들의 욕설 등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뒤돌아서 울었다”며 “직원들이 욕받이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는 근본적인 사태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집회 현장에는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노조위원장 출신인 권수정 서울시의원도 자리에 참석했다.

권 서울시의원은 “오늘도 우리 박삼구 회장께서 현장을 돌고 계시고, 관리자들은 ‘용모 복장 단정히 하고 환영하면서 맞이하라’는 지침을 내렸다”며 “왜 잘못한 사람을 위해서 단정히 맞이해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우리는 항공사 연대라는 또 다른 세상을 열고 있다”며 “갑질하는 저들에게 분명한 목소리로 더이상 당신들을 위한 자리는 없다고 말해주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가자들은 다같이 ‘아침이슬’을 합창한 뒤 줄지어 국화꽃을 헌화한 뒤 집회를 마무리했다. 이번 촛불집회는 지난 1일부터 기내식을 지연 탑재하거나 아예 싣지 못하고 운항하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속출하자 승객들과 직원들의 불만이 폭발하면서 시작됐다.

앞서 지난 3일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에 이어 지난 4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공식 사과했지만 논란은 커지고 있다.

직원들은 ‘침묵하지 말자’ ‘아시아나항공 직원연대’ 등의 이름으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 익명 채팅방을 개설하고 박삼구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비리와 회사의 비리를 폭로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오는 8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2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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