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의 포화를 견디지 못하고 29일 자진사퇴하고, 신재민․이재훈 장관 후보자도 낙마함에 따라 향후 정국이 요동칠 전망이다.

우선 7.28 재․보궐선거 승리로 정국을 이끌었던 한나라당은 후보자들의 낙마사태로 인해 주도권을 야당에 내줘야 할 위기에 봉착했다. 특히 결정적 하자가 없다면서 막바지까지 ‘김태호 감싸기’에 나섰다가 여론을 의식해 태도를 바꾼 한나라당으로선 국민들의 비난이 버거울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이 분위기 반전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일각에서는 조현오 경찰청장이 밝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에 대한 특검 실시로 야권에 반격을 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하지만 차명계좌 특검을 할 경우 자칫하면 여야 모두 파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부담감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어 당 차원의 결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 한 번 인사 검증 시스템에 문제를 드러낸 청와대는 레임덕에 빠질 공산이 커졌다. 당초 청와대는 8.8 개각을 통해 ‘친서민과 소통’의 기조를 강조하려고 했다. 하지만 ‘깜짝 카드’로 뽑은 김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국정장악력 상실은 물론, 청와대 주도의 국정운영도 차질을 빚게 됐다.

특히 한나라당 주류 의원들이 대통령 의견과 상반된 태도를 취하면서 청와대는 여권과 마찰이라는 새로운 악재를 떠안게 됐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은 이번 인사에 관여한 청와대 참모진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으름장까지 놓고 있는 상황이다. 당 쪽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부담감을 안고 9월을 맞이해야 하는 청와대의 근심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완벽한 공동보조로 김 후보자의 낙마를 이끌어낸 민주당 등 야당은 기세가 등등하다. 7.28 재보선 완패로 바닥에 떨어진 당내 분위기도 회복되는 모양새다. 이로써 야당은 다가오는 국정감사와 정기국회에서도 야권 단결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됐던 조 청장의 사퇴 압박에도 고삐를 쥘 것으로 전망된다. ‘정국의 뇌관’인 차명계좌와 직결된 조 청장을 자진 사퇴시키지 못할 경우 야권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조 청장만큼은 지키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치열한 공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낙마한 김 후보의 향후 거취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청문회에서 낙마한 후보자들은 대다수가 정계를 떠났지만, 김 후보자가 아직 40대인 점을 감안하면 재기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이른 나이에 경남 거창군수와 경남지사를 역임한 저력도 이러한 관측에 신빙성을 더한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에 입당해 후일을 도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항마로 물망에 올랐던 김 후보자의 낙마로 차기 대권구도는 다시 박 전 대표 독주 체제로 흘러가게 됐다. 아울러 김문수 경기지사, 오세훈 서울 시장 등 기존 ‘대권 잠룡’들도 위상이 더 견고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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