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전경. (제공: 구미시)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전경. (제공: 구미시)

‘보수의 심장’에 첫 민주당 구미시장 당선 후 갈등

장세용 구미시장 “연간 60억 운영비 부담, 재정비”

이철우 경북지사 “새마을정신 기반구축, 축소 안 돼”

구미시민 의견도 분분… “축소해야” vs “그대로”

[천지일보 구미=원민음 기자]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기념사업 문제를 놓고 구미에서 보수와 진보가 연일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보수의 심장’이라는 별명을 가진 구미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장세용 시장이 당선되면서 경북과 구미에서 추진하던 박정희 전 대통령 사업에 제동을 걸었고 진보와 보수 간 의견대립이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구미시는 1995년 지방자치제가 이뤄진 후 민선 1기부터 6기까지 모두 보수 측이 집권하며 ‘보수의 심장’으로 불렸으나 이번 선거는 달랐다. 구미시는 이번에 대구·경북지역에서 유일하게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를 배출했다.

장세용 신임 구미시장은 새마을운동테마공원에 ‘경북민족독립운동기념관’을 만들고, 구미시청 ‘새마을과’는 ‘시민사회단체지원과’로 바꾸겠다고 선거운동에서 밝혔으며 시장으로서 공약 추진에 힘을 실을 것으로 관측된다.

1970년 시작된 새마을운동은 국민적 지역사회 개발 운동으로 단순 농촌개발사업이 아니라 공장·도시·직장 등 한국사회 전체의 근대화운동으로 확대·발전했고 이를 통해 많은 성과를 이뤘다. 또한 의식개혁운동으로 발전했고 경제적으로 자립 선진국 대열에 진입해야 한다는 의지를 국민에게 심어 근대화 운동까지 이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새마을운동을 기념하자는 목소리가 나왔고 2009년 김관용 전(前) 경북도지사가 새마을운동 보전과 전시 체험 연수 기능을 갖춘 복합단지 건립을 추진해 이명박 전(前) 대통령에게 건의해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조성사업’이 추진됐다.

경상북도와 구미시는 2011년 공원 조성에 돌입했으며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옆에 국비 293억원, 도비 170억원, 시비 444억원 등 모두 907억원을 들여 2017년 12월 완공 내달 공원 전체 사용승인을 받아 문을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당선된 장세용 구미시장의 생각은 달랐다. 장 시장은 “박정희 흔적 지우기는 아니다”라면서도 전시관을 비롯한 일부의 용도 변경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장 시장은 “전시관에 옛날 사진과 지게 같은 물건을 갖다 놓았는데 이곳에 관심을 가질 사람은 극소수”라며 “문을 닫아 놓으면 10억, 개장하면 최대 60억의 연간 운영비가 드는데 이런 콘텐츠로 운영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올해 안에 운영 방향을 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왼쪽)과 장세용 구미시장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6
이철우 경북도지사(왼쪽)과 장세용 구미시장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6

하지만 이는 이철우 경북도지사 선거 공약과는 대립돼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화랑·선비·호국·새마을’이라는 경북 ‘4대 정신’ 관광 자원화를 공약했다. 이 지사는 “새마을운동테마공원은 새마을운동의 상징적 기반을 구축하는 사업”이라며 “반드시 목적대로 진행돼야 하니 장세용 시장과 만나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새마을운동테마공원 사업비용에 대해서도 경북도청과 구미시의 입장이 달랐다. 장 시장의 박정희 대통령 관련 사업 축소 발언에 대해 구미시 관계자들은 “정해진 게 없다”면서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새마을운동테마공원은 도에서 추진한 사업”이라며 “운영비용은 도에서 부담을 하는 게 맞다”라고 주장했다.

경북도청은 구미시의 이 같은 주장을 반박했다. 경북도청 관계자는 “도시공원법에 따라 구미시가 운영비를 부담해야 한다. 다만 시설 관리비 등은 일부 지원할 수 있다”며 “운영비가 21억원 정도 든 것으로 나왔는데 연간 운영비를 60억원으로 측정한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구미시와 경북도청은 이와 관련해 해당 지자체장의 결정을 따른다는 입장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1917년 11월 14일생)을 기념하는 숭모제(생신상 상신 제레)가 14일 오전 경북 구미 박정희 생가에서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1917년 11월 14일생)을 기념하는 숭모제(생신상 상신 제례)가 지난 2017년 11월 14일 경북 구미 박정희 생가에서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구미 시민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구미시 비산동에 사는 박모(남, 27)씨는 “새마을운동의 정신은 좋지만 세금을 조금 더 시민이 살기에 편한 곳에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앞에서 만난 최모(70, 여, 구미시 형곡동)씨는 “박정희 대통령이 이렇게 잘 살게 해놨는데 어딜 가냐”며 “당선됐다고 마음대로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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