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개혁을위한종교인네트워크가 ‘미투·위드유 너머, 우리의 믿음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있다. 종교계 미투 운동의 성과와 한계, 앞으로의 과제를 점검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김선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상임대표가 발제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5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개혁을위한종교인네트워크가 ‘미투·위드유 너머, 우리의 믿음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있다. 종교계 미투 운동의 성과와 한계, 앞으로의 과제를 점검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김선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상임대표가 발제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5

종교인네트워크, 미투·위드유 성과·과제 열띤 토론
‘피해자중심’ ‘인권 회복·치유’ ‘교회쇄신’ 한목소리
소수 목사·수녀만 참여… 종교계 성폭력의식 드러내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여성에게 가해졌던 종교인의 성폭력이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을 통해 그 민낯을 드러냈다. 미투의 본질은 (성)폭력의 실체를 밝혀 다시는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교회도 정화·쇄신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김선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상임대표가 5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종교인 미투·위드유 운동 토론회에서 ‘(가칭)한국천주교미투운동지원센터’를 제안하며 이같이 밝혔다. 개혁을위한종교인네트워크가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미투·위드유 너머, 우리의 믿음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천주교, 개신교, 불교 안에서 여성인권 보호에 앞장서온 인사들이 패널로 나서 각 종교계 미투 운동의 성과와 한계를 진단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모색했다. 패널들은 믿고 따랐던 종교인에 의해 가해진 성폭력, 종교인 미투는 그 어떤 상처보다 깊고 평생을 아파하며 살아가게 된다는 점을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김선실 상임대표는 올해 초 터진 천주교 미투 사건과 관련 주교회의와 교구 등에서 낸 사과문과 예방 대책을 반겼다. 하지만 사제들의 성폭력과 성추행을 뿌리 뽑을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데 대해선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 상임대표는 미투 운동의 과제로 피해자 중심주의, 인권회복과 치유, 교회쇄신 등을 꼽았다. 그는 “용기를 내서 성폭력 사실을 알린 피해자들이 교회 안팎에서의 악성댓글이나 유언비어로 인해 2차 피해의 고통을 받는 게 현실”이라며 “그러다 보니 아직도 많은 피해자들이 아픈 상처를 껴안고 나서지 못한 채 망설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드러난 사제 성추행은 수면 위로 드러난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이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도 언론과의 대화에서 이 같은 사실을 숨기지 않고 토로한 바 있다.

그는 피해자의 인권회복을 위해선 “가해자가 피해자의 고통을 깊이 이해하고 사실을 인정과 아울러 진정으로 사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는 가해자에게 있어서도 새로운 출발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천주교 각 교구는 성추행 사실을 은폐하거나 실효성 없는 징계로 피해를 키워선 안된다”며 “또한 가해자들을 대상으로 영적 성찰, 심리상담은 물론 성평등·젠더교육, 성폭력 예방교육 등 인식의 변화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해 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개혁을위한종교인네트워크가 ‘미투·위드유 너머, 우리의 믿음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있다. 불교계 패널로 나선 김영란 나무여성인권상담소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5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개혁을위한종교인네트워크가 ‘미투·위드유 너머, 우리의 믿음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있다. 불교계 패널로 나선 김영란 나무여성인권상담소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5

개신교계에선 채수지 기독교여성상담소장이 나섰다. 채 소장은 지금까지 성추행 관련 300여건을 상담하며 느낀 점에 소회와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우선 가해자가 성폭력 사실을 은폐하면 사건은 더 커져 양측 모두에게 피해로 돌아온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가해자 대부분이 반성하기보다는 ‘피해자를 명예훼손·무고로 고소’ ‘합의된 성관계’ 등을 주장하고, 심지어 피해자들을 교회를 무너뜨리려는 ‘꽃뱀, 이단’으로 몰아가며 성폭행 혐의를 부인한다고 비판했다.

채 소장은 “미투 운동은 단순히 성폭력 고발 운동이 아니라 ‘관계 회복 운동’이다”며 “(교회 내) 왜곡된 관계를 바로잡아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신교계는 지난달 성폭력 피해자의 지원 기관으로 ‘기독교위드유센터’를 설립했다. 위드유센터는 산하에 피해자지원네트워크를 두고 의료·법률·심리상담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는 한국교회와 교단을 향해 “다시는 성폭력이 일어나지 않는 교회를 만들기 위해 근본적으로 ‘회복적 정의’를 구현하는 성폭력 관련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끝으로 “미투·위드유 운동을 통해 한국교회는 서로에 대한 회개와 용서, 치유를 거쳐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불교계 패널로 나선 김영란 나무여성인권상담소장은 최근 잇따라 불거지는 스님들의 은처 의혹과 미투 사건을 거론하며 종단 내 미비한 처벌·법적체계 부실을 꼬집었다.

이날 미투·위드유 토론회는 대부분 여성들이 자리를 채웠다. 남성들은 십여명만 함께했다. 더욱이 사찰이나 교회를 이끄는 스님과 신부는 찾아볼 수 없었다. 목사와 수녀 등 소수만 참여해 종교계가 미투·위드유 운동을 바라보는 시선과 무관심을 여실히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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