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남원의 ‘부자’가 자살을 했다. 한 달 85만원으로 생활도 하고 그 돈을 쪼개 병간호도 해야 했던 아버지(71)와 아들(37)이 한스런 세상과 하직을 했다. 4년 전 세 모녀가 자살할 때 “죄송합니다”는 유서 아닌 유서를 남기고 떠난 것처럼 이들 부자도 같은 표현을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질병에 시달린 것도 같다. 돈을 정성들여 챙겨 놓은 것도 같다. 번개탄을 피워 생을 마감한 것도 같다. 왜 온 우주보다도 소중한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의 목숨을 함께 끊는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세상이 정상적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결정을 왜 하게 된 것일까?” 하고 함께 묻고 재발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을 찾는 게 순서다. 같은 일이 반복될 때는 반드시 원인이 있게 마련이다.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이 지혜를 모으고 긴급, 단기, 중기, 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마땅한 일이다. 

이번 부자 자살사건은 질병을 개인 문제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일깨운다. 아버지는 4기 대장암과 긴 투병을 했고 아들은 폐병에 우울증까지 앓고 있었다. 돌봄을 받아야 할 사람이 다른 사람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특히 아들은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 한다. 본인의 질병과 우울증은 치유할 틈도 없었다. 

질병이 없는 가정도 2인 가구 기준 수급비 85만원은 살아내기 힘든 액수다. 질병이 있는 경우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대장암 같은 큰 병이 생기면 비급여도 문제가 되고 간병도 문제가 된다. 많은 돈이 필요하다. 월 85만원으로는 감당불가다. 큰 병이 생기게 되면 소득이 낮을수록 더욱 고통스럽다. 어떤 질병이 찾아오더라도 병원비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아들이 앓았던 우울증에 대해 생각해 보자. 자살 사건이 나거나 자녀를 해치는 행위를 했다는 뉴스를 보면 우울증을 앓았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참 안됐다. 어떡하나!” 이러고 넘어간다. 개인의 문제로 보는 것이다. 사회적인 문제로 바라보지 않게 되니까 해결책도 찾을 수 없게 된다. 대책 찾을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한숨 쉬면서 “한국 사회는 이래!” 하고 체념하고 만다. 우울증을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국민이 자살하면 정부와 국회, 지자체는 난리가 나야 맞다. 비상이 걸려야 하는 문제다. 그런데 자살 사건이 알려지기 전이나 알려진 뒤에나 국가기관과 국회는 관심이 없다. 그저 사건이 하나 터진 것이다. 이번 부자 자살 사건처럼 가난과 질병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경우에는 가난을 해결하기 위해 비상이 걸려야 하고 질병에 함께 대처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정상이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필자는 수급권 제도의 본질적 문제를 생각하게 된다. 자살을 한 부자를 생각해 보자. 85만이라는 한정된 수입으로 병을 이겨내기가 너무나 어렵고 그러다 보니까 우울증도 생기고 시간이 감에 따라 점점 더 심해지고 결국 방치하는 단계에 이른 것 아닐까. 당국은 기초연금을 지급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는 줬다 뺐고 있어 아무런 도움이 안됐다. 언론용 홍보다. 

대부분의 수급권 세대는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을 정도의 ‘한계 비용’으로 생활을 감당해야 한다. 돈을 벌어도 안되고 큰 병이 나도 안된다. 돈을 벌면 똑같은 액수가 삭감되고 생계수급비 이상의 돈을 벌면 수급권이 탈락한다. 그냥 그대로 살라는 것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대소사를 치르기도 하고 가족 가운데 큰 병이 나기도 하고 뜻하지 않은 지출이 발생하기도 한다. 수급권자는 그런 경우에 대한 대책은 세울 수도 없고 세워서도 안되는 것이다. 사람을 답답한 틀에 가두는 감옥 같은 시스템이다. 

수급권자 선정을 꼼꼼하게 하되 수급권자 또는 수급권자 세대가 일정한 기간 동안, 예를 들면 10년 동안 돈을 벌게 열어 놓는 게 필요하다. 돈을 많이 벌어 생활 안정이 될 때 수급권을 ‘반납’하면 된다. 

이번 부자 세대의 경우처럼 구성원 모두나 일부가 병이 나는 경우 국가가 무한 돌봄을 해야 한다. 20세 성년이 되는 수급권 제도 이제 손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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