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송꽃

김희주(1945~  )

 

종부(宗婦)의 눈물
꽃으로 피었다

기와와 기와
사이엔 움푹 파인
세월의 골

눈물도
웃음도 다툼도
씨앗 되어
역사의 숨결에
꽃길을 열었다

대대로 내려오는
기와집의 전설이
꽃으로 내려앉는
목이 긴 와송(瓦松)이여

 

[시평]

와송(瓦松)은 돌나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지부지기라고도 하고, 바위솔이라고도 한다. 오래된 기와지붕, 기와와 기와 그 골에서 자라나는 풀. 그 풀이 마치 소나무와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에 ‘기왓골에 난 소나무’, 곧 ‘와송(瓦松)’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고 한다. 

이 와송은 특히 오래 된 고가(古家)의 지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풀이다. 이런 풀이 자라는 고가를 만나면, 왠지 그 고가에 살았을 사람들의 내력을 보는 듯하여, 때로는 신비롭기도 하고, 때로는 숙연해지기도 한다. 오랜 고가는 다만 집이 아니라, 그 집안의 내력이며 또 넉넉한 가풍이 어딘가는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되기 때문이다.

와송은 9월에 꽃이 핀다고 한다. 꽃은 피지만, 꽃가루가 없으며,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면 이내 말라 죽는다고 한다. 고가의 지붕, ‘기와와 기와 사이엔 움푹 파인 세월의 골’이라는 특이한 환경에서 자라고 또 꽃을 피우고 이내 말라죽는 꽃, 와송. 어쩌면 힘들게 그 집안을 지켜온 종부(宗婦)의 눈물, 눈물이 피어난 꽃인지도 모른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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