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5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국회 특수활동비 내역과 분석결과를 공개 기자브리핑하고 있다. 2018.7.5(출처: 연합뉴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5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국회 특수활동비 내역과 분석결과를 공개 기자브리핑하고 있다. 2018.7.5(출처: 연합뉴스) 

정의당 말고는 ‘특활비 폐지’에 침묵
민주·한국·바른미래 “투명성 높이자”
폐지여론 비등 “없어도 의정활동 가능”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국회가 5일 특수활동비의 실체가 드러난 가운데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행태를 보이고 있다. 과거 권력기관 특활비 논란 당시 맹공격하던 기세는 온데간데없고 국회 특활비 논란엔 투명성 강화 수준의 제도 개선책을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은 과거 정권의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 특수활동비 문제가 논란으로 불거졌을 당시 권력기관에 대한 특활비 내역 공개와 예산 삭감 등을 주장하며 강력 비판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국정원 특활비 범위를 제한하고 증빙자료를 제시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여기엔 국회의원 91명이 서명했다.

그러나 국회 특활비엔 사실상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와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국회 특활비를 폐지하는 법안을 제출했으나 국회의원들의 외면으로 상정조차 되지 못한 실정이다.

이날 참여연대의 ‘2011~2013년 특수활동비 지출결의서’ 공개를 통해 국회가 지난 3년 동안 240억원의 거액을 ‘쌈짓돈’ 처럼 펑펑 쓴 사실이 드러나자 여야는 마지못해 제도 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투명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그러나 특활비 폐지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DB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DB

정의당만이 특활비 폐지에 적극 나선 상황이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날 특활비 폐지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노 원내대표는 “지출내역이 공개되면서 특수활동비가 ‘눈먼돈’으로 쓰이고 있다는 비판은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됐다”며 “국회가 기밀유지가 필요한 사건을 수사하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 특수활동비는 감액이 아닌 폐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활비가 전혀 필요 없다고 할 수는 없고 국회 운영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가능하면 다 공개하는 것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도록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겸 권한대행은 “특활비는 국회 차원을 뛰어넘어 대한민국 모든 기관의 특활비가 국민 정서에 맞게 지출·운영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가능하면 정기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원칙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특활비 문제가 투명성 강화 수준으로 해소될지는 의문이다. 참여연대가 5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회는 교섭단체대표, 상임위원장, 특별위원장이라는 이유로 특수활동비를 매월 ‘제2의 월급’처럼 정기적으로 지급해왔다. 교섭단체 대표는 실제 특수활동을 수행했는지와 무관하게 매월 6000여만원을 수령하고, 상임위원장이나 특별위원장도 위원회 활동과 관계없이 매월 600만원씩 지급받았다. 교섭단체에 특수활동비를 지급하는 종류만 교섭단체정책지원비, 교섭단체활동비, 회기별 교섭단체활동비 등 이미 3개에 달하며, 동일한 명목으로 매달, 회기별로 지출되고 있었다.

국회 특활비의 방만한 지출에 대해 온라인은 제도 개선이 아닌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들끓고 있다. 네이버 아이디 ‘rhck****’ 이용자는 “특수활동비는 무조건 폐지하라”며 “특활비가 없어서 의정 활동을 못한다는 국회의원은 사표를 내면 된다. (특활비) 없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했다. 특활비 폐지에 소극적인 민주당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눈에 띈다. ‘mode****’는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영수증 처리도 안 하고 특활비 용돈처럼 쓴 것은 불법이 아니라 관행이고, 박근혜(전 대통령)가 특활비 받아쓴 것은 적폐라고 한다”며 “적폐가 적폐를 청산한다니 소가 웃을 일”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

청와대 청원 게시판은 국회 특수활동비를 없애달라는 청원이 다수 등장했다. 한 청원인은 “일반시민이 돈 몇만원 훔치면 감옥 가는데, 그건(국회 특활비 사용) 국민세금 슬쩍한 거 아닌가”라며 “꼭 쓸 돈은 정식으로 청구해서 쓸 테고, 이돈은 폐지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노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의장의 예산 편성 시 특수활동비 예산 편성을 할 수 없도록 명문화했다. 국회의장 소속으로 ‘국회예산자문위원회’를 설치해 학계와 법조계,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인사 20명 이내로 구성하도록 했다. ‘국회예산자문위원회’는 공개 토론회·공청회를 개최해 국회 예산편성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엔 정의당 이정미, 윤소하, 심상정, 추혜선, 김종대 의원과 더불어 민주당 서형수, 박주민, 표창원 의원,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 민중당 김종훈 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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