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때로는 소소한 일상이 더 빛이 난다. 아무도 눈여겨주지 않는 사소함 속에서 소중함을 발견한다면 그것만큼 기쁜 일이 또 있을까.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진부한 일상에게.

책에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삶들이 빚어낸 아주 특별한 이야기가 담겼다. 늦여름 반나절 동안 한 장소에 사는 사람들이 그린 일상을 삼인칭 시점으로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세월이 지나면 ‘아 그런 일이 있었나’ 할 정도로 잊히기 쉬운, 이름 없는 이야기들이 ‘진짜’ 삶을 창조해 낸다.

소설의 시점은 잉글랜드 북부 작은 도시의 어느 늦은 날 오후다. 평범한 순간들이 겹겹이 쌓여있는 시간 속에서 정적을 깨뜨리는 사고가 발생한다. 소설 속 주인공 ‘나’는 그 끔찍한 사고를 3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한다. ‘나’는 그 사고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낸다.

소설 속 인물은 ‘이름’이 없다. ‘눈썹 피어싱을 한 남자애’ ‘세 발 자전거를 타는 아이’ ‘20호에 사는 노인’처럼 무명의 삶이 점철돼 있다. ‘나’는 한 순간 실수로 하게 된 임신을 두려워하면서도 아이에 대한 사랑을 키워 나가며 이름 없는 사람들의 ‘이름’을 되뇐다.

저자는 ‘모든 실체에는 의미가 있다’는 교훈을 잔잔하게 전한다. 잠깐 지나가는 빗줄기에 구원의 손길이 있고, 스쳐가는 인파 속에도 애잔한 사연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깜빡하면 놓치기 쉬운 기발한 비유들, 단어 하나 허투루 구사하는 법 없이 완벽한 짜임새를 만들어 놓은 점이 소설의 매력이다.

존 맥그리거 지음 / 민음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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