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이란 제재를 다시 복원하는 가운데 이란 정부가 걸프해역 봉쇄 카드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2014년 11월 걸프만 인근 해역에서 작전 수행중인 미 해군. (출처: 뉴시스)
미국 정부가 이란 제재를 다시 복원하는 가운데 이란 정부가 걸프해역 봉쇄 카드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2014년 11월 걸프만 인근 해역에서 작전 수행중인 미 해군. (출처: 뉴시스) 

미, 이란제재 복원… ‘석유전쟁’

이란, 호르무즈 봉쇄 카드 고려

해협 막을시 군사충돌 가능성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 정부가 이란 제재를 다시 복원하는 가운데 이란 정부가 걸프해역 봉쇄 카드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가 제재를 위해 이란의 생명줄이라고 할 수 있는 원유 수출을 고사하려고 하자 이란은 이에 굴하지 않고 받아 치겠다는 입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하고 이란산 원유 수출을 ‘0’으로 줄이려는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기로 했다. 미국과 이란의 ‘석유 전쟁’이 시작되는 모양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일 스위스를 방문, 동포 간담회 연설에서 “미국은 이란의 원유 수출을 모두 차단하겠다고 한다”라며 “중동의 다른 산유국은 원유를 수출하는 동안 이란만 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미국이 이란의 원유를 수출을 막는다면, 다른 중동 산유국도 수출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것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또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을 막으면 그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중동발 유가 급등을 시사한 것이다.

이와 관련 로하니 대통령이 그 방법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이라크 등 중동의 주요 산유국이 원유를 수출하는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주요 산유국이 중동에 몰려 있어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30%를 차지하는 요충지다.

이란은 미국 진영과 갈등이 있을 때마다 이 해협을 기뢰, 기동타격 쾌속정을 동원해 군사적으로 막겠다고 위협했다. 

지금껏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실제로 막은 적은 없으나 봉쇄 위협만으로도 국제 유가가 출렁이는 등 전방위로 폭발력이 크다.

단지 유조선과 상선의 통행이 중단되는 것을 넘어 바레인에 주둔한 미 5함대가 개입할 수도 있다. 이 해협에서 미군 함정과 이란 해군 사이에 근접 기동과 경고 사격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이 포문을 열자 다음날부터 이란에서는 강경한 발언이 이어졌다. 이스마일 코사리 혁명수비대 사령관은 이날 이란 영저널리스트클럽(YJC) 웹사이트에 실린 인터뷰에서 “그들(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을 중단시키길 원한다면,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어떤 원유 선적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미군 중부사령부 대변인인 빌 어반 대위는 4일 AP통신에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과 관련, “미 해군과 지역 동맹국들은 국제법이 허락하는 곳에서 항해와 무역의 자유를 보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반박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은 이란에게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위험한 카드다. 여전히 강경한 미 정부를 고려하면 양측의 군사 충돌까지 부를 수 있다.

대이란 제재의 부작용인 유가 상승을 최대한 막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안으로 사우디, UAE 등 걸프 지역의 동맹 산유국 압박에 나섰다.

지난달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주요 산유국이 이달부터 하루 100만 배럴 정도를 증산하기로 했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이들 동맹국에 원유 증산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사우디와 UAE는 이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내놓았으나 이란은 OPEC에 지난달 이뤄진 증산 합의 이외에 일방적 산유량 증가는 합의 파기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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