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완희 기자] 여신도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만민중앙성결교회 이재록 목사가 3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3
[천지일보=박완희 기자] 여신도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만민중앙성결교회 이재록 목사가 3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3

공판준비기일 불출석 9일 한번 더
검찰, 지위·권위 이용 성폭행 판단
깨만사 “절대 순종, 신 같은 존재”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여신도들을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 상태에서 재판 중인 이재록(75) 만민중앙성결교회 목사가 또다시 범행 일체를 부인했다.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4일 서울중앙지법 재판정에는 만민중앙교회 신도들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그중에는 만민교회 탈퇴자모임 ‘깨우자만민사람들(깨만사)’ 회원도 있었다. 교계에서 유명한 대형교회 목사의 미투 사건이다 보니 뜨거운 관심 속에서 재판이 시작됐다.

좁은 법정에 수십명이 몰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재판이 진행된 가운데 이 목사 측 변호인은 “상습적으로 추행한 사실이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한 이 목사의 입장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재판부가 ‘강제추행 등 성행위 자체가 전혀 없었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변호인은 단호하게 “그렇다. (성)행위 자체가 없었다”고 부인했다.

상습준강간 등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이재록 목사는 이날 법정에 서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성추행 사실을 전면 부인하면서도,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힌 미투 사건으로 법정에 선 만큼 언론 노출에 부담 느낀 듯하다.

실제 만민교회 측은 이 목사가 성추행 혐의로 구속되기 전 냈던 성명서에서 “거짓 증인들이 사적인 이익을 위해 이 목사를 음해하고 우리 교회를 훼파하려는 목적으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론이 이 목사와 교회 측에 불리하게 작용한 것을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또 언론을 향해서도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교회 측은 “일방적인 의혹제기와 성급한 보도로 무고한 성도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다”며 “의혹제기에만 편중된 일부 언론사의 보도 태도는 즉각 시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소 이후 수사를 해온 경찰과 검찰은 이 목사가 20여년간 여러 차례 여신도들을 성폭행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목사는 지난 1990년대부터 2015년까지 교회 여성신도 7명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가 더 있지만 그 이전 피해자들은 공소시효가 만료돼 기소 내용에 포함되지 못했다.

검찰조사에 따르면 이 목사는 지난 2012년 ‘기도처’로 불린 서울 한 아파트로 여신도들을 불러 가슴을 만지거나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20대 여신도가 불편해하는 기색을 보이자 “내가 누군지 모르냐. 나는 하나님의 아들이다”며 추행하고, 다른 여신도에게는 “하나님이 너를 선택했다. 천국에 가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피해자에겐 “나랑 이렇게(성관계) 할 때는 천사도 눈을 돌린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민중앙교회는 등록 신도 수만 무려 13만명에 이르는 초대형교회다. 이는 한국 장로교단 가운데 최대 교회로 알려진 명성교회 10만명을 넘어선 수치다. 개신교계에선 일반적으로 등록 교인 2000명을 넘어서면 대형교회로 분류한다. 만민교회 교세는 초대형교회 중에서도 절대 뒤처지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검찰은 이 점을 주시하고, 이 목사가 절대적인 지위와 권위를 이용해 성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상습준강간 혐의로 재판받는 이유 또한 범행 당시 폭력 같은 물리력 행사를 가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보기 때문이다.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탈만민교회 신도들 모임인 ‘깨우자만민사람들(깨만사)’ 회원들이 법정 앞에서 이재록 목사 규탄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4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탈만민교회 신도들 모임인 ‘깨우자만민사람들(깨만사)’ 회원들이 법정 앞에서 이재록 목사 규탄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4

같은 시간 법정 앞에서 이 목사 반대측 신도들은 ‘만민의 성도님들 그곳에는 구원이 없습니다’ ‘피땀 어린 헌금으로 성폭행이 웬 말이냐’ ‘양심선언’ 등의 피켓을 들고 규탄 시위를 벌였다.

탈만민교회 신도들 모임인 ‘깨우자만민사람들(깨만사)’는 교회 내에서 이 목사의 절대적 권한이 신과 같은 존재였다고 이야기했다. 깨만사 원진영 회장은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재록 목사의 말 한마디에 절대적으로 순종한다. 신과 같은 존재이기에 거역하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 흠을 드러낼 수 없는 존재”라고 비판했다. 그는 “만민교회 내 다수의 신도들은 이 목사가 성폭행 혐의로 구속 기소된 사실 조차도 모르고 있다. 교회 측은 이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며 “이 목사의 만행을 만민교회 신도들에게 알리기 위해 정식 집회를 열고 시위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원 회장은 “심지어 탈퇴자들을 사고로 죽었거나, 암에 걸려 병원에서 치료 중이라고 신도들을 속이고 있다”며 “신도들이 이 목사의 진실을 깨달아 만민교회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활동을 꾸준히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는 9일 오전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향후 증인신문 등 계획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이재록 목사 성추행 사건의 재판이 어떤 결과로 종결될지 이목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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