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왼쪽)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출처: 뉴시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왼쪽)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북한의 ‘비핵화 시간표’를 놓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견해가 또 엇갈리고 있다.

대북 접근법을 둘러싸고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의 갈등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볼턴 보좌관의 ‘1년 내 비핵화’ 발언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일부 인사들이 시간표를 제시한 것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그것(비핵화)에 대해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비핵화 시간표’에 대한 미 정부의 엇박자 분위기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안보 사령탑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측이 처음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이날 매티스 장관측의 국방관리는 “정상회담 합의문 이행이 어떤 모습이 될지에 대한 우리의 구상을 북한에 제시할 것”이라면서 “특정 요구사항과 특정 시간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 다음 날 폼페이오 장관은 CNN 방송 인터뷰에서 “2개월이든 6개월이든 그것에 대해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해 매티스 장관과 대조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비핵화 협상에서 정해진 시간표에 얽매이기보다는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질적 조치를 끌어내는 데 무게를 싣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양측간 입장이 엇갈린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해석도 나왔다. 또 폼페이오 장관이 인터뷰를 매티스 장관 측 인사보다 하루 먼저 녹화했다는 점에서도 이런 해석에 무게를 실었다. 국방부측에서도 이후 “구체적인 시간표는 없다”고 트위터를 통해 재확인하면서 엇박자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나 이번에 볼턴 보좌관과 불거진 입장 대치는 매티스측과는 다르다는 해석이다. 

나워트 대변인의 발언은 지난 1일 “미국이 핵 및 생화학 무기, 미사일 등을 1년 내 해체하는 프로그램을 고안했으며, 북한이 협조한다면 매우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볼턴 보좌관의 발언과 상반되는 말이다.

나워트 대변인이 볼턴 보좌관을 ‘일부 인사’로 지칭하고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겠다’고 확실하게 입장을 밝히면서 국무부가 볼턴 보좌관을 견제하거나 의도적으로 깎아내리려는 시도라는 풀이가 나온다.

이에 대해서는 대북 접근법을 둘러싸고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의 ‘묵은 갈등’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6.12북미정상회담 전 볼턴 보좌관이 비핵화 참고 사례로 ‘리비아 모델’을 공개 언급하면서 북한의 강력한 반발을 부르자 화가 난 폼페이오 장관이 백악관에서 볼턴 보좌관과 심한 말다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을 중요시하는 폼페이오 장관과 최대한의 압박을 유지하자는 매파 볼턴이 북한을 상대하기 위해 역할 분담을 하는 ‘전략’일 가능성도 있지만 이전부터 불거진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이 여전하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앞서 볼턴 보좌관이 마치 협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듯이 ‘1년 비핵화’를 언급한 것이 협상을 직접 맡은 국무부로서는 불쾌했고, 이에 나워트 대변인이 볼턴 보좌관을 ‘일부 인사’로 치부하며 답변했다는 설명이다. 나워트 대변인은 이날 볼턴 보좌관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동행하느냐는 질문에도 “모른다”며 “나는 볼턴 보좌관을 대변하지 않는다. NSC에 물어보라”고 냉랭하게 반응했다.

이와 별개로 ‘비핵화 시간표’ 유무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국 북한과 실질적으로 만나 협상을 하는 폼페이오 장관에게 ‘비핵화 시간표’ 제시 여부가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를 낙관하고 있다. 이날 그는 트위터에 “북한과 좋은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대화가 잘 돼가고 있다”고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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