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미래 - ‘프로보노’ 나눔 웹툰단

▲ 웹툰단 봉사자들이 웹툰을 그리기 위해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김일녀, 전형민 기자] ‘기부’라는 말을 들었을 때 사람마다 느낌이 모두 다르겠지만 일단 시간과 물질을 투자해야 하는 ‘버거운 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반해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사람들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프로보노(probono). 자신이 가진 재능을 기부한다는 뜻으로 일부 선진국에서는 활성화돼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귀에 익숙하지 않은 단어다. 나눔 웹툰단은 어렵고 소외된 계층을 간접적으로 돕는 일에 그림을 잘 그리는 재능을 기부하는 사람들로 구성됐다.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 미래(이사장 송자)’에서 운영하는 나눔 웹툰단은 따뜻한 단어이긴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딱딱한 이미지로 각인된 ‘기부’라는 단어를 시각화된 이미지로 나타내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웹툰단을 구성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영미(아이들과 미래) 대리는 “기부에 대한 지식이나 기부의 삶을 실천한 위인들의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기부’가 어려운 것이 아닌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임을 알리기 위해 웹툰단을 만들게 됐다”며 “다른 재단에서는 어려운 사연이나 도움이 필요한 내용을 전할 때 평이한 소재들로 하는데, 우리는 웹툰이라는 특별한 소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런 기부방식도 있구나’ 혹은 ‘기부가 어려울 줄 알았는데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반응들이 나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 왼쪽부터 (사)아이들과미래 홍보팀 사원 김혜영 씨, 홍보팀장 이영미 대리, 나눔 웹툰단 자원 봉사자 문선희 씨, 공은영 씨, 성유동 군 ⓒ천지일보(뉴스천지)

웹툰단의 멤버는 총 3명. 직장인 공은영(22) 씨와 대학생 문선희(22) 씨, 그리고 고등학생 성유동(16) 군이 그 주인공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봉사나 기부와는 다른 ‘재능기부’에 대한 생각을 물었을 때 이들의 공통적인 대답은 의외로 ‘재미’였다.

멤버 중 가장 어린 성 군은 “친구들이 ‘게임 아이템을 팔아서 돈을 기부하는 것이 더 낫지 않느냐’고 한다”며 “하지만 웹툰단에서는 내 능력을 기부할 수 있어 좋아서 하는 일인 만큼 재미있고 더 의미도 있으며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성 군은 기부에 대한 지식과 방법을 알려주는 ‘현명한 나눔’을 담당하고 있다.

나눔의 삶을 실천했던 위인들의 삶을 웹툰으로 담아내는 ‘위대한 나눔’을 담당한 문 씨는 “중고등학교 때는 관공서에 가서 그냥 시간만 때우고 오는 봉사활동을 했다”며 “내가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기부라는 단어에 쓰일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며 수줍게 웃었다.

아이들과 미래의 기부자 또는 그 가족ㆍ친구의 이야기를 담아 기부자에게 그림을 선물하는 ‘캐리커쳐 YOU’를 담당한 공 씨는 “책 정리, 서랍 닦기 등 학창시절에 했던 봉사활동은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면서 “하지만 웹툰단에서 하는 재능기부는 나도 기쁘고 선물을 받는 사람(기부자)도 기뻐서 좋다”고 설명했다.

웹툰단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이나 삶이 바뀐 부분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오히려 내가 배운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부유하게 살아서 기부를 하게 된 것이 아니라 어렵게 살다가 여유로운 삶을 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기부를 실천하는 위인들의 삶의 방식을 배우게 됐다는 문 씨는 “어려운 환경에서 사는 아이들이 웹툰을 보면서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작은 소원을 전했다.

웹툰단을 통해 재능기부를 하는 것은 돈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보람있는 일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성 군은 “내가 그린 웹툰을 통해서 기부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미래에서는 공 씨가 그림 그리는 데 도움이 되도록 기부자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한 작은 정보를 제공해준다.

공 씨는 “주변에서 스쳐 지나가거나 가끔이라도 마주칠 수 있는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통해 나도 감명을 받는다”며 “내가 모르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지만 보람있다”고 이야기했다.

웹툰단 활동 이후 주변의 반응을 물었더니 대체로 긍정적인 이야기를 듣는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문 씨는 “재능기부를 통해 봉사활동이나 기부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부모님께 드렸더니 참 뿌듯해하셨다”고 답했다.

성 군은 “웹툰을 보고 인터넷상에서는 댓글로 좋은 반응이 있었다”며 “동생은 웹툰을 그리는 것을 아는데 부모님은 아직 내가 그림 웹툰을 보시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통해 나눔과 기부의 방법을 설명한 성유동 군의 작품 ⓒ천지일보(뉴스천지)
공 씨는 “내가 웹툰단에서 활동하는 것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멋쩍게 웃었다. 공 씨는 직장에서 3D 그래픽 작업을 주로 하는데 직장에서 작업을 하다 보면 2D그래픽 작업의 ‘감’을 잃게 되기 쉽다며 “캐리커쳐를 그리는 게 2D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게 해준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를 물었더니 자신 있게 포부를 밝히는 모습에서 씩씩함이 느껴졌다. 성 군은 “가수 김장훈처럼 목표액을 정한 다음 그 목표액을 채워서 기부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공 씨는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을 좋아한다. 예를 들면 김밥천국 같은 식당에 가서 모든 메뉴를 정복하는 것과 같은 …”이라며 “세계여행을 하며 더 넓은 곳에서 친구들을 만들고 더 넓은 세상을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문 씨는 “그림을 보는 사람이 생각하게 만들고, 감명을 받게 하고 싶다”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미흡하지만 내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눔 웹툰단의 만화는 아이들과 미래 홈페이지(www.kidsfuture.or.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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