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 의료개혁은 일자리 창출은 물론 4차 산업혁명의 핵심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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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6월 17일 ‘혁신성장 규제 개혁 과제’ 9건을 정부에 건의했다. 이 중에는 영리병원 설립 허용, 원격의료 규제 개선, 의사·간호사 인력 공급 확대 등 의료분야 과제 3건이 포함돼 있다. 경총은 “규제개혁은 잃어버린 경제 활력을 회복하고 일자리 문제를 해소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라며 “의료개혁을 통해 적게는 18만 7000개에서 많게는 37만 4000개의 일자리 창출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다음 날 성명을 내고 “의료 영리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은 병원비 폭등과 의료 불평등 심화, 의료 접근성 악화 등 환자와 국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만 입힐 뿐”이라고 반대했다. 원격 의료를 반대하는 측은 대면 진료와 비교해 의료 서비스의 질을 담보하지 못하고 대학병원 쏠림 현상이 나오며 원격의료 장비 판매로 일부 기업의 배불리기가 가속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때 의료 후진국으로 불리던 중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의료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터넷 기업 텐센트가 개발한 의료 영상 AI는 중국 내 100여개 병원에 보급돼 활약하고 있다. 베이징의 한 병원에선 AI 진단 프로그램이 하루 1만여명의 폐 질환 환자를 검진하면서 폐암 진단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 병원을 찾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의사 진단을 받는 원격의료 서비스도 1억여명이 이용 중이라고 한다. 중국의 첨단 의료 서비스는 미국과 함께 세계 양강 구도를 형성해 가고 있다. 이는 의료산업을 미래 핵심 산업으로 간주하고 과감하게 지원한 결과이다.

우리들은 우리나라가 의료 선진국이라며 자랑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중국은 국민 1000명당 의사 수가 1.5명으로 한국의 2.3명의 3분의 2에 불과하고 의사들 수준도 우리보다 못하다. 그러나 우리는 앞선 의료진과 의료 기술, IT 인프라를 갖추고도 규제 때문에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경쟁에서 중국에 뒤처지고 있다. 중국인들이 누리는 AI 진단이나 원격진료는 한국에선 의료법,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못하고 있다.

우리는 세계 최초로 바이오·의료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실용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원격의료가 미래 의료의 대세인데도 한 발짝도 못나가고 있다. 국회에 제출된 법 개정안은 정치 논리로 10년째 계류 중이다. 치매·희소암 등의 유전자 검사를 금지한 생명윤리법이나 의료 데이터 활용을 제한하는 개인정보보호법 등도 마찬가지다. 규제가 풀리면 온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신산업과 일자리가 창출될 텐데 이익집단의 논리가 가로막고 있다. 중국은 AI 의료 전문 업체가 131개에 이르지만 한국은 6개에 불과하고 그나마 상용화한 곳은 한 곳도 없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인 첨단 의료 서비스 시장에서 한국이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바이오헬스와 헬스케어 등 의료산업은 가장 유망한 미래 산업이다. 원격의료는 의료 서비스와 IT를 접목한 첨단의료 서비스이자 의료산업 성장을 위한 기반이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는 2015년 기준 세계 원격의료 시장을 1600억 달러(약 172조 5000억원)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은 물론 세계 어느 국가도 원격의료 허용을 두고 논란이 있는 나라는 없다. 의료개혁을 못하면 미래 국가 경쟁력 저하와 국민 보건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우리나라가 당면한 국가 과제는 저성장 탈피와 일자리 창출이다. 주력 산업인 조선, 자동차, 가전기기 등은 성장세가 점점 둔화되고 있어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 절실한 실정이다. 4차 산업혁명혁명의 시기에 국민 보건을 위해서도 미래 먹거리산업 육성을 위해서도 정부가 굳은 의지로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건의한 영리병원과 원격의료 허용 등 의료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만성질환 등 건강관리를 위해서도 질병, 생활습관 정보 등 다양한 의료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맞춤형 진료와 원격의료를 도입해야 한다. 설 자리를 잃어 가는 1차 의료기관은 원격의료로 환자 모니터링 거점으로 전환하고 전통 방식의 대면 진료에서 벗어나 생활 밀착형 건강관리 기관으로 거듭나야 지속 가능하다. 의료개혁은 장기적으로는 국민건강은 물론 국가 재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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