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혜지 기자] 2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신길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 참사에 대한 서울시 공식 사과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지하철 탑승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2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2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신길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 참사에 대한 서울시 공식 사과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지하철 탑승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2

장애인 50여명, 2차 지하철 탑승운동 나서

“박원순 시장, 장애인 이동권 선언부터 이행해야”

시민들 “서울시장한테 가서 얘기해라”… 분통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시민 여러분 불편을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가 이렇게 나온 이유는 지하철역에 설치된 ‘장애인 리프트’를 타다가 장애인이 죽은 사실을, 열악한 장애인 이동권의 실태를 알리기 위함입니다!”

2일 휠체어를 탄 장애인 김선혁(가명, 남)씨는 서울 지하철 1호선 신길역에서부터 진행된 휠체어 탑승운동 중 시민들에게 “우리의 이야기에 조금만 귀를 기울여 달라”며 이같이 호소했다.

이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신길역 리프트 사고’에 대한 서울시의 공식 사과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며 서울 지하철 1호선에서 ‘지하철 탑승운동’을 진행했다. 지난 14일에 이은 2번째 지하철 탑승운동이다.

박경석 전장연 공동대표는 “오늘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과 동시에 공식활동을 시작한다. 박 시장은 지난 2015년에 약속한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서울시 선언’부터 이행해야 한다”며 “선언대로 서울 시내 모든 지하철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지하철 리프트 사고를 막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1호선 신길역에서 장애인용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려던 고(故) 한경덕씨가 계단 아래로 추락해 숨진 사건을 언급하며 숨진 한 씨에 대해 서울시가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서울교통공사는 신길역 리프트 사건에 대해 법적책임은 인정하지 않고 도덕적 책임만 인정한다고 했다”며 “서울교통공사가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숨진 한씨의 가족에게 찾아가서 정말 잘못했다고 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고는 박 시장이 재직할 때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박 시장은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고 임기를 시작해야 한다”며 “이젠 서울교통공사에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를 걸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휠체어 탑승운동을 위해 모인 전장연 회원들은 머리에 ‘서울시 공식사과’ ‘근조 장애인 이동권’이라고 적힌 삼베모자를 쓰고 손에는 하얀 국화꽃을 들고 있었다. 이들은 고 한씨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신길역 승강장 앞에 마련된 ‘나무 관’에 꽃을 넣는 퍼포먼스를 벌이며 일렬로 지하철에 탑승했다.

이들은 서울역에서 모두 내렸다가 뒤이어 들어온 시청행 열차에 다시 몸을 실었다. 서울역에서 내린 후에는 “서울시는 사과하라” “장애인 목숨은 개죽음이 아니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고 한씨를 추모하는 짧은 행진을 진행했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승강장에서 신길역에서 리프트를 타던 중 추락해 사경을 헤매다 숨진 장애인 고(故) 한경덕씨를 추모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2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승강장에서 신길역에서 리프트를 타던 중 추락해 사경을 헤매다 숨진 장애인 고(故) 한경덕씨를 추모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2

50여명의 장애인이 지하철에 반복해 탑승하는 과정에서 1호선 상행선 열차가 5~15분가량 지연되자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한 시민은 “왜 저들의 데모에 우리까지 동참해야 하냐”면서 “지하철에서 이런다고 달라지냐, 서울시장에게 가서 말해야지”라며 답답함을 보였다.

시민들과 전장연 측의 마찰도 있었다. 한 시민은 이들을 향해 “직장 늦으면 책임 질거냐”며 “빨리 내리라”고 소리쳤다. 이에 전장연 활동가는 “장애인의 열악한 이동권을 알리기 위해 나왔다”며 “조금만 양해 부탁드린다”고 설명했다. 휠체어를 탄 이들의 출입을 몸으로 막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들은 지하철 탑승운동을 마치고 서울시청 시민청으로 이동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탑승 운동을 진행하면서 ‘이미 죽었는데 뭐 어떻게 하라고, 멀쩡한 사람이라도 돌아다녀야지’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며 “장애인의 삶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말인가. 장애와 상관없이 인간의 삶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오성규 서울시장 비서실장에게 장애인들의 요구가 담긴 ‘서울시장 면담 요청서’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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