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 뒤부터 최현철(신일고 2학년), 조정연(노원고 2학년), 조승연(창일중 2학년), 이나희(서울수암초 6학년), 고정욱(휘문중 2학년), 고중욱(신일고 3학년) 학생과 박동 위원장(왼쪽 아래)을 포함한 한국청소년문화안보 봉사단 관계자들. ⓒ천지일보(뉴스천지)

한국청소년문화안보 봉사단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숭례문과 천안함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과거에는 존재했으나 지금은 그 존재가 사라져 온 국민에게 아픈 기억으로만 남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국민은 단순히 비극으로 끝나길 바라지 않는다. 이러한 뜻을 전하는 데 앞장 선 한국청소년문화안보 봉사단(봉사단)이 있다. 이들은 숭례문 화재와 천안함 참사를 재조명하고 두 번 다시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방법을 서로 나누고 온 국민이 알 수 있도록 홍보를 하고 있다.

봉사단을 이끄는 박동 문화정책개발연합 위원장은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에 흠뻑 취했다. 인사동에 ‘차 없는 거리’를 만들기 위해 10년, 북한산성을 복원하는 데도 10년이란 세월을 보냈다. 젊었던 그는 우리나라가 일제에서 광복을 했다고 하나 문화 독립은 아직 멀다고 판단했다.

그리하여 우리 문화와 정신을 살리는 데 정성을 쏟아 부었다.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고 극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인사동을 택했다.

“일본 모습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 곳은 바로 종로와 명동이죠. 예나 지금이나 땅 값이 비싼 곳은 명동이고, 월세가 비싼 건물은 일본 영사관이 있는 종로구 수송동 이마빌딩이죠. 반면 예전 인사동의 모습 볼품없었죠. 십여 년 전에 저는 전통문화로 인사동을 키울 수 있다고 믿었고 바로 실행에 옮겼죠. 믿는 만큼 되던 걸요.”

실제 인사동은 문화의 거리로 탈바꿈했다.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인사동 땅 값은 종로에 비해 무려 20~30배 가까이 낮았다. 허나 전통문화를 인사동에 집약하자 지금 땅 값은 그때보다 30배 가까이 올랐다. 박 위원장의 말을 빌리면 이제야 문화적 독립이 시작된 셈이다.

“일제가 우리의 혼과 정신을 끊어 놨죠. 현재 이뤄지는 근대화는 진정한 근대화가 아니죠.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2002 한일월드컵과 같은 세계적 축제가 우리나라에서 수십 번 진행해야지만 돼요. 이런 축제를 벌이기에는 예산과 인력 등 투자가 크지만 우리는 다른 방법으로 문화 독립을 꾀하고 있어요.”

문화정책에 힘쓰고 있던 그는 어느 날, 문화 살리기를 ‘운동’으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문화의 중요성을 알릴 수 있을지 고민했다. 이에 대한 답은 ‘교육’이었다.

“학생들에게 봉사활동은 필수잖아요. 언젠가는 길을 지나가는데 아이들이 아무런 의미 없이 쓰레기를 줍는 등 거리 청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냥 봉사시간만 채우는 거죠. 봉사를 하더라도 의미 있고 배우는 시간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문화와 접목시켰죠.”

박 위원장은 아이들을 불러 모아 교실에서 배울 수 없는 살아 있는 역사와 문화를 가르쳤다. 왜 우리 문화를 보존하고 똑바로 알아야 하는지부터 확실히 인식시켰다.

봉사단은 전통문화만 다루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던 천안함 참사에 대한 문화안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제2연평해전으로 순국한 군인들을 위해 추모식도 거행하고 헌화했고, 천안함 참사와 관련해 대목장 신응수 선생과 함께 위패를 만드는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며 “나라의 안보가 철저해야지만 문화가 온전히 보전된다. 국가 안보와 문화는 유기적 관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늘도 학생들과 함께 뛴다. 온전한 문화 독립과 더 나아가 나라를 위해 아이들 눈높이에서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고 실천한다.

“우리 아이들이 곧 나라의 미래이니까요. 나라가 평안히 이어가기 위해서는 역사와 문화가 탄탄히 뒷받침해야지 않겠어요? 그래서 저와 아이들은 이리저리 뛰어다닙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말입니다.”

▲ 지난 14일 한국청소년문화안보 봉사단이 해군에 있는 천안함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 한국문화안보연구원)

◆ “우리 이야기를 들어 보세요”

경술국치 100년,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한국청소년문화안보 봉사단이 ‘대한민국 청소년의 제안’으로 지난 15일 인사동에서 3가지 내용의 서명운동을 펼쳤다.

첫 번째 서명 내용은 한국전쟁 휴전협정일인 7월 27일과 경술국치일인 8월 29일에 조기게양하고 기념일로 정하자는 입법청원이다.

지난 6월 25일, 미국은 한국전쟁 휴전협정일인 7월 27일에 성조기 조기게양할 것을 법으로 규정했다. 이는 재미교포 김한나(27) 씨가 2007년부터 ‘리멤버(Remember) 7.27’을 계획하고 미국 전역에 호소한 결과다.

김 씨가 고군분투한 지 1년 반 만인 지난해, 미국의 국가 기념일로 지정됐고, 7월 27일 미국 곳곳에서 조기가 게양됐다. 봉사단은 김한나 팀의 제안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6월 25일뿐만 아니라 7월 27일도 기리자는 데 적극 찬성했다. 나아가 경술국치일인 8월 29일에도 조기를 달고 기념일로 기리는 데 국민들의 동참이 필요하다고 외친 셈이다.

봉사단의 두 번째 제안은 조선왕릉제례를 비롯해 용산한미연합사령부 건물을 남겨둘 것, 일제 침탈문화재 환수 등이다. 유구한 전통을 기리기 위해 수백 년 전부터 근대화까지를 아우르고 있다. 세 번째는 복정우물원형복원과 혜정교 복원 프로그램을 관계부처에 제안하는 것이다.

봉사단은 “우리는 종교 경제 정치 사상 이데올로기 등 어떠한 메시지도 담지 않았다”며 “우리가 판단하고 학습한 것을 토대로 대한민국 정신을 이어가고자 활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동 위원장에 따르면 봉사단은 세 가지 제안을 위해 3여 년 전부터 학습하고 준비해 왔다. 공부를 하다 보니 숭례문 천안함 태안기름유출 금모으기 등 문화 안보 환경 경제가 결국 하나로 이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최현철(신일고 2학년) 학생은 “봉사활동을 통해 배울 수 있다는 것도 유익하지만, 학교에서 이러한 부분을 배울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며 “이러한 내용들을 특정 봉사활동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친구들이 똑같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고중욱(신일고 3학년) 학생은 “우리나라와 동남아를 비교했을 때 볼거리가 없어 아쉽다. 우리 것을 살렸더라면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부터라도 우리 문화에 대해 올바르게 알고 바른 전통문화가 널리 퍼진다면 흥미진진한 나라가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한편 입시 준비를 하고 있는 친구들을 볼 때 조바심이 들지 않냐는 질문에 조정연(노원고 2학년) 학생은 “문화와 안보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무리 공부를 잘 하더라도 나라와 문화가 없으면 지금의 ‘나’라는 존재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조바심이 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봉사단은 ‘리멤버 7.27과 유네스코, 수문장제안’ ‘6.25 60주년 6.20 호국영령추모 금강송위패’ ‘프란체스카의 난중일기와 문화일기’ ‘UN 참전국21개국 문화편지’ 등 총 4개 팀으로 구성돼 각 분야마다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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