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어에 대한 민족적 가치를 재고하도록 강연을 펼친 김수업 전 국어심의회 위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국어는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높은 정신문명을 담고 있어요. 세계적으로 볼 때 옛 성현 몇 분만이 겨우 알고 있었던 것을 우리 선조들은 알고 생활해왔다는 것을 우리말이 알려줍니다.”

26~28일까지 3일 동안 공주대학교에서 열린 2010세계한국어교육자 대회 기조연설자로 나선 전 국어심의회 김수업(현 우리말교육연구소 소장) 위원장은 이같이 말했다. 그에게 자부심을 갖게 한 우리 선조가 형성한 ‘정신문명’은 무엇일까.

그가 강조한 것은 말 속에 담긴 ‘이치’였다. 그는 그 한 예로 죽음을 표현한 말인 ‘돌아가신다’에 담긴 의미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죽었다’는 표현은 생각을 할 수 없는 동물적인 사고의 표현이다. 나타난 현상만을 나타내는 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아가신다’는 말은 다르다. 우리 민족 문명의 정신적 가치가 글로 표현됐다는 뜻이다.

“돌아가신다는 말은 오는 곳이 있기에 가는 겁니다. 우리 선조들은 사람이 태어날 때 하늘로부터 어떠한 씨가 사람 안에 들어와 일생 동안 살아간다고 생각했어요. 그 씨가 역할을 다하면 사람 노릇했다고도 표현하고 삶을 다하면 그 씨가 다시 하늘로 돌아가 영원히 산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김수업 전 위원장은 우리 민족의 정신적인 문명이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인류의 기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에서 일어난 60만년의 역사를 되짚었다.

“원래 우리 민족은 문명을 세계에 전파하는 나라였어요.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그게 뒤바뀌었죠.”

그는 ‘그 때’를 중국에서 발전해 전파된 ‘한자’의 사용부터라고 강조했다.

중국에서 들여와 민족의 단 1%만이 알았던 한자가 사용되면서 99%의 백성은 무지한 채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따라갔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글에 대한 평가가 저하되고 일제 36년 식민지 동안 잘못된 인식이 심겨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왜 사람들은 뜰(우리말)이라고 하면 풀이 있을 것 같고, 정원(한자)이라고 하면 장미 같은 것이 있을 것 같고, 가든(영어)이라고 하면 근사한 나무가 있을 것 같다는 인식을 하게 됐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 전 위원장은 “한국어를 배워 한국 기업에 취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겨레의 삶과 우리 겨레의 문명을 배우는 것이 더 유익하다”며 “우리 겨레의 삶과 문명이 담겨있는 한국어는 위대하다. 우리의 문화와 문명을 우리가 잘 지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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