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북한과 중국의 3월말 첫 정상회담 이후에 중국의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가 완화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들이 생기고 있다. 국경에서 밀무역을 눈감아 준다든지, 북한의 중국경제 배우기 일환으로 경제 일꾼들이 중국을 공식 비공식 자주 드나들고 있다.

지난 5월 14일부터 11일이라는 짧지 않은 동안 북한 노동당 친선 경제참관단이 중국을 시찰하면서 발전된 경제현장을 집중적으로 보고 느끼고 토론하는 시간들을 가졌다. 뒤이어서 청년 외교단 대표 11명도 충칭을 방문했다. 김정은이 시진핑과 회담한 후 벌어진 현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동에는 사라졌던 북한의 무역일꾼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으며, 중국뉴스에도 북한에 대한 언급이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있다. 김정은이 시진핑과 처음회담 한 후 시진핑 동행 없이 부인 리설주와 방문한 곳이 중관춘(中關村)이다. 북경대 주변에 있는 곳으로 중국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지역이다.

지금은 중국의 남부지역 홍콩 옆에 있는 선천이 첨단 기술개발지역으로 부상하고 있어 많이 알려지고 있지만, 중관춘은 중국이 경제개발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하면서 과학 기술 IT 등이 총망라된 중국의 첨단 기술단지로 인식돼 있다. 창업 스타트업이(start up) 성행되는 곳으로도 이해하면 무리가 없다. 중국을 대표하는 대학들인 북경대뿐만 아니라 칭화대도 가까이 있다. 중국의 유능한 젊은 인재들이 모여드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이 올림픽을 열었던 1988년 중국 최초 공식적으로 첨단기술개발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런 상징성 높은 곳에 중국이 안내하고 김정은도 흔쾌히 방문한 것은 김정은의 향후 의도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이며, 뒤이은 경제 참관단의 중국방문으로 북한의 향후 행보를 충분히 읽을 수 있다. 

핵 경제 병진노선에서 핵 무력을 완성했으니 경제에 올인 하려고 했다. 그러나 핵무기개발을 포기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하나의 도움과 협력도 어렵고, 경제에 매진할 어떠한 지지도 받지 못할 처지에 놓인 북한은 급기야 핵개발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북·미 담판과 중국의 경제적 도움을 받는 쪽으로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북한에게 우리말을 들으면 경제제재 해제와 협력이 가능하다고 뉘앙스를 풍기고 길들이면서 조금씩 빗장을 열고 있다. 김정은 입에서 개혁개방이라는 말이 나오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활용한 정치적 안전판을 구축하고 경제적 발전 추구의 토대를 만들려고 하고 있는 것이 자명해 보인다. 상황의 진전에 따라 미국의 경제지원은 불가피하겠지만, 시작 단계에서 중국과 정치적 역사적 지리적 요소들을 고려해봐도 중국 이용은 유효하다. 비핵화카드로 북한체제보장을 확약 받게 되면 경제개발에 매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중국에 현대판 신사유람단을 보내고 있는 것은 이념적으로 가까운 중국과 협력을 통해 공산당 주도의 점진적 안정적 방식으로 북한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신속한 시장 자유화를 도모한다면 체제의 안정은 보장받기 어렵다. 정치적으로는 강한 통제를 유지하면서 경제적으로 제한된 계획시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소위 “중국식 사회주의로” 성공하고 있기에 중국보다 대략 48배 작은 북한이 못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일 것이다. 

137년 전 1881년 고종은 조선의 관리들을 일본에 파견했다. 조선 개화 여론을 환기시키고 확산에 일정부분 큰 역할을 했다. 현대판 북한의 신사유람단은 중국을 거쳐 싱가포르를 방문하고 베트남까지 이어갈 기세이다. 진정 북한이 김정은 중심으로 경제개발에 뛰어들 태세다. 역류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중국의 긍정적 역할을 고취시키고 한국 참여 틈새를 확장해야 한다. 확산되는 자본주의의 물을 뿌리는 데 있어, 중국과 한국이 우선 가능한 곳부터 선도적으로도 해야 한다. 비핵화 프로세스는 미국이 주도하되, 유엔제재를 비껴갈 제한된 경제 교류는 빨리 시작하고 핵문제가 완전 해결될 때를 대비해 준비하는 것이다. 남북데탕트의 시기가 왔다. 결국 남북이 주인이 돼 해야 하지만, 중국을 선용한 남북화해의 분위기를 살리고 북한주민도 번영의 길로 가도록 해줄 때 남북은 평화의 정착을 달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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